외국기업 대신 투기꾼만 극성
정작 외국 기업은 몰리지 않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모두 340여 개의 업체가 입주했는데 이 중 외국인 투자업체는 27개에 불과하다. 바다 건너 푸둥지구에는 IBM, 필립스, GE 등 70여 개의 쟁쟁한 기업이 모였다. 안타깝게도 인천에 투자한 외국 기업에 글로벌 스타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되지 않으면 인천은 동북아의 경제 허브가 아니라 부동산 허브가 될 판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외자 유치만 휘청거리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외국인투자 유치 실적은 지난 2년간 계속 내리막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멀쩡한 국내 기업까지 해외로 뛰쳐나가는 중이다. STX조선은 지난해 봄 중국 다롄 시 인근에 대형 조선소를 착공했다. 조선소를 조금 확장하려 해도 발목을 잡는 규제와 민원에 질려 해외로 눈을 돌렸다. 다롄 시와 투자 협상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초스피드로 모든 게 이뤄져 용지 조성에 착수했다. 도로, 통신 등 인프라는 중국이 깔아 준다. 인천에 들어오려는 외국 대학과 병원을 놓고 영리법인이 되느니 안 되느니,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느니 없느니 하며 처음부터 김을 빼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요즘 같은 지구촌 시대 세계의 기업은 ‘철새’ 기업이다. 내국 기업이건 외국 기업이건 전 세계를 상대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을 찾아 둥지를 튼다. 경기 이천시에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의 공장 증설을 불허하면 비수도권인 대구나 광주로 가지 않고 기업 여건이 훨씬 좋은 중국이나 동남아로 훨훨 날아갈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을 기웃거리는 외국 기업은 인천의 경쟁 상대인 푸둥이나 싱가포르와 투자 여건을 비교한다. 인천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만 한국을 선택한다.
지금과 같이 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 나은 특혜를 주는 정도나 어중간한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로는 펄펄 나는 외국의 특구와 경쟁할 수 없다. 정부가 진정으로 인천을 세계적 경제특구로 만들려고 한다면 경제자유구역을 ‘규제 제로지대’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하고 외자 유치에 덤벼들어야 한다. 외국인이 와서 마음대로 비즈니스하게 만들고 우리는 단지 그 과실의 일부를, 예를 들어 새로운 일자리와 세금 등의 적절한 형태로 즐기면 된다.
‘철새기업’시대, 규제철폐가 살길
오늘날과 같은 철새 기업 시대에 맞지 않는 수도권 정비계획법부터 손대야 한다.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이미 수도권 규제를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인천의 외자 유치 부진은 특정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의 축소판이다. 정부 정책의 난맥상이 불러온 반(反)기업, 반외국자본의 정서가 외자 유치 정책에 스며들어 투자 유인책을 내놓지 못했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며 얻은 기득권을 침해받지 않기 위해 외자 유치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일부 비정부기구(NGO)와 이해단체도 한몫을 했다.
한국은 세계적 정보기술(IT) 강국이며 기술력, 우수 인력의 양과 질에선 싱가포르나 중국을 앞선다.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정책을 펼친다면 인천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를 동아시아의 허브로 만들 수 있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초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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