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이 조치가 ‘일부 병의원의 반대를 누르고 4년간의 진통 끝에 나온 정책’이라며 자랑했다. 마치 병의원들이 정부의 정책에 끈질기게 저항한 것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의료계 인사들은 공무원들이 현장을 조사하지도 않고 책상 위에서 낸 ‘전형적 탁상정책’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의사는 “요즘 환자들이 얼마나 까다로운데 개원하면서 입원실을 지하에 두려는 의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그런 일까지 복지부가 신경을 쓰다니 할 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하에 입원실을 둔 병원은 경기 고양시 일산백병원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서울시립은평병원 등 전국에서 두 곳뿐이다. 게다가 이들 병원의 일부 입원실도 엄밀하게 말하면 지하가 아니라 ‘반지하’이며 채광이나 습도 등 환경이 지상입원실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게 병원 측의 주장이다.
유사시 지하층 환자가 대피하기 어렵다는 복지부 주장에도 이들 병원은 동의하지 않는다.
지하층에 수술실과 32병상의 중환자실을 두고 있는 일산백병원은 대형 엘리베이터가 입원실 바로 옆에 있다. 이 병원은 이들 입원실을 지상으로 옮기려면 15억∼16억 원이 들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정신질환 치료 전문인 서울시립은평병원은 주간에 입원했다 저녁에 퇴원하는 ‘낮 병상’과 입원 기간을 2주 이내로 제한한 ‘단기 병상’ 등 24개 병상이 지하층에 있으며 입원실 끝에는 지상 연결 통로가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지하입원실 현황을 묻자 2개 병원에 있다는 것 외에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2개 병원의 입원실을 바꾸기 위해 4년간 시간을 끈 이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정말 절실한 사안이었다면 4년간 손을 놓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 같다. 그것도 책상머리에서….
김상훈 교육생활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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