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군은 정치활동을 못하도록 향군법에 명시돼 있다는 것이 보훈처의 해명이다. 안보 걱정을 정치활동으로 해석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본말(本末)이 뒤집혀도 한참 뒤집혔다. 향군 회원들은 ‘국가안보 유공자’들이다. 이들을 보훈(報勳)하는 것이 보훈처의 존재 이유다. 향군 회원들의 우국(憂國)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당연하고도 중요한 보훈이다. 그렇다면 보훈처는 전작권 환수 반대 운동 같은 것을 뒷받침해 안보정책에 반영되도록 발 벗고 나서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정치활동 금지’라는 잣대를 들이대 강압적으로 방해하니 본말전도가 아니고 무언가.
향군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들러리 노릇을 한 잘못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안보관이 의심스러운 정권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향군 본연의 역할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현 정부는 이런 향군을 보고 덜컥 겁이 나서 향군 회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가.
현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들을 대거 좌파로 물갈이하려고 획책하는 걸 보면 ‘향군에 대한 강압’의 의도 또한 짐작이 간다. 김상근 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7월 출범하는 제13기 자문위원의 50%를 이른바 ‘진보 인사’들로 채우겠다고 공언했다. 전임 이재정(현 통일부 장관) 수석부의장 재임 중 이미 한 차례 물갈이를 한 터라 1만7000여 명의 국내외 자문위원 가운데 대부분을 ‘친노(親盧) 코드화’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보훈처나 민주평통의 이런 작업들이 어디 이들의 ‘단독 행동’이겠는가. 민주화세력이라는 정권의 속살이 들여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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