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고용시대’의 위기와 기회

  • 입력 2007년 1월 29일 23시 43분


26개국 통상장관들이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를 전면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세계화 물살이 빨라지면서 DDA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격할 조짐이다. 한미 FTA를 하루빨리 마무리해 개방 시대를 준비할 필요성이 커졌다.

중국과 인도가 시장경제 시스템에 편입되면서 기업과 고용이 값싸고 질 좋은 노동시장을 찾아 국경을 넘나드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글로벌 고용시대’가 열린 것이다. 비교 우위를 잃으면 산업이고 일자리고 퇴출되기 마련이다. 목하 전개되고 있는 새로운 고용질서는 한국에 그렇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한국은 기술 및 자본집약 산업에서 비교 우위를 축적하고 있는 반면, 노동집약 산업에서는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대량생산 공정에서 일자리 창출은 한계에 봉착했다.

하지만 대응하기에 따라 일자리 상황 변화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이 보유한 인적 자원의 질과 잠재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국가건 개인이건 기존 일자리를 지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려면 노동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정보사회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 이들이 주력이 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 및 다품종 소량 생산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노동 비용을 낮추려면 고용, 해고, 재고용, 임금 등 노동 관련 요소들이 유연해져야 한다. 강성 자동차 노조가 도시 자체를 공동화(空洞化)한 미국 디트로이트를 보더라도 전투적 노사관계는 기업과 근로자를 함께 죽이는 길이다. 새 지도부를 구성한 민주노총은 세상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낡은 투쟁 노선의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은 모든 국가 정책에 우선한다”고 말했다. 선진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말로는 일자리를 앞세운다고 하면서 정책은 거꾸로 가는 경우가 많다. 경제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이고, 일자리가 경제의 근본이다. 일자리를 줄이고 청년실업을 늘려 놓은 정부에 대해서는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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