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구]홍보처 ‘부동산 실록’은 ‘자화자찬 실록’

  • 입력 2007년 1월 30일 03시 00분


#좌절: ‘1990년 1월 처음 시행된 종합토지세는 고액 자산가와 땅 재벌들의 조세저항에 부닥쳐 과표 현실화를 포기했다.’

#그리고 2007년: ‘17년이 지난 2006년 12월, 공시가격 기준 6억 원으로 과세기준이 강화된 종합부동산세를 놓고 언론은 연일 세금폭탄을 거론했다. 또다시 조세저항이란 표현이 신문을 덮었지만 종부세는 97.7%의 높은 자진신고율을 보이며 정착했고 종부세 논란은 꼬리를 감췄다.’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국정브리핑이 29일부터 20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는 ‘실록 부동산정책 40년’의 내용 중 일부다.

홍보처는 이를 포함해 1960년대부터 올해 1·11 부동산정책에 이르기까지 40년간 정부 부동산정책을 ‘실록’ 형태로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홍보처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40년간 부동산 투기와 정부 대책을 기록함으로써 투기 근절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되새겨야 할 정책적 원칙과 방향, 교훈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는 게 실록 발간의 이유다.

한 나라 정책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데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홍보처가 내겠다는 실록을 보면 그것이 과연 역사실록이 될지 의문이 든다.

건설교통부 재정경제부 등 부동산정책 담당 부처를 두고 굳이 홍보처가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부터 이해되지 않는다.

실제 이날 국정브리핑에 게재된 실록 시리즈에는 현 정부의 치적을 강조하는 표현이 넘쳐난다. 우선, ‘부동산 신호등 세우기 40년 걸렸다’, ‘저항과 좌절과 유혹의 역사’라는 제목과 함께 ‘#저항, #좌절, #유혹, 그리고 2007년’이라는 소제목부터가 그렇다.

또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의 입을 빌려 “종부세 등 보유세 강화 조치는 지난 수십 년간 역대 정부가 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로서는 이제 투기는 더 발붙일 수 없게 제도를 정비했다고 자부한다”고 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성공’을 자랑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는 실패라는 지적이 많은 상황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2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아파트 값은 전국 평균 30.4%, 서울은 49.7%나 올랐다. 노무현 대통령도 부동산정책이 일부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런 마당에 굳이 자화자찬으로 가득 찬 ‘실록’을 펴내 또 하나의 논란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는가.

이진구 정치부 sys12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