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의 주제가 구조조정이나 지구온난화같이 직접적인 표현이었던 데 반해 이번 권력이동의 방정식이란 주제가 다소 애매해서 필자는 나흘간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11시까지 200여 개로 나뉘어 진행되는 토론회의 주제를 일별해 봤다.
크게 4개 부문으로 구분되는 토론회에서는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서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등 세계경제 주도자로 등장하는 신흥 대국에 대한 주제가 가장 많았다.
또 미국이 누리던 세계주도권을 위협하는 이라크와 북한 등 도전세력, 누리꾼이 정보를 생산하는 웹2.0이 보편화되면서 시장주도자로 등장한 개인, 지속경영에 대한 욕구와 사회구조 변화 속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지도자에 대한 주제가 눈길을 끌었다.
주제만 보면 권력이 전통적인 지배자로부터 신흥세력으로 옮겨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문제, 북한 핵실험 문제, 지적재산권 등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패러다임을 찾자는 것이 바로 권력이동의 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다.
25일 필자가 사회를 본 ‘신흥권력 중심으로 등장한 한중일’이라는 토론회는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해서 새롭게 편성된 관련 국가의 역학관계와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패널로 참석한 일본의 고이케 유리코 국가안전보장 담당 총리보좌관, 한국의 김병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 중국의 우젠민 중국외교학원 원장, 호주의 개리스 에번스 전 외교부 장관 등은 전통적인 미국 의존형 해결 방식 대신 한중일 3개국이 공동대처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동북아의 지역통합을 이루는 촉매로 삼자는 결론을 내렸다.
회의가 후반부로 가면서 분위기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갔다. 참석자 중에서도 유명한 CEO 등 외국의 VIP가 가장 많이 모인 장소는 일반 참석자에게 공개하지 않은 ‘세계인을 위한 교육’이라는 제목의 토론장이었다.
주제 발표자는 아마드 무하마드 나지프 이집트 총리, 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를 비롯해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 크레이그 배릿 인텔 회장 등 세계 정보기술(IT)업계를 선도하는 지도자 3명, 그리고 주최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등 문자 그대로 별 중의 별이었다.
이들이 진지하게 논의한 내용은 전 세계 65억 명의 인구 모두에게 공평한 교육기회를 주자는 비전의 일환으로 지난 1년간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진행한 교육사업에 대한 경과보고였다. 세계적 기업의 경영자 100여 명에 둘러싸여 입추의 여지도 없는 회의장에서 나는 경영자를 뛰어넘어 세계인으로 우뚝 선 ‘큰 바위 얼굴’을 보았다.
게이츠 회장 등 CEO들이 제3세계 빈민을 돕는 방법이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교육의 역할 등 지역의 문제를 글로벌 차원에서 배려하고 생각하는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주제가 한국에서 토의된다면 대통령, 총리를 비롯해서 기업인이 몇 명이나 참석할까 생각해 보면서, 다보스의 진정한 권력이동 방정식을 풀어 보았다. 그것은 세속적인 부자와 권력자로부터 따듯한 감성과 맑은 영혼으로 세계에 밝은 빛을 비추는 지도자로의 이동이었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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