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6선 의원이었지만 이 의원은 윤리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판공비를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대신 꼬박꼬박 모은 뒤 연말에 윤리위원들을 불러 골고루 나눠 줬다. 김영삼 정부 때만 해도 돈이 궁한 여당 의원이 드물었다. 어떤 의원들은 “몇 푼 되지도 않는데…노인네가 택시비라도 하시지 뭘 나눠준다고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렸다. 그는 그래도 해마다 같은 일을 되풀이했다.
▷미국 민주당 의회 지도부가 공언한 의원윤리법의 윤곽이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달 중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의원윤리법을 소개하며 ‘이쑤시개 규정’이라고 불렀다. 의원들이 로비스트의 접대를 받더라도 ‘서서 이쑤시개로 먹을 수 있는 음식’ 정도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의원들을 초대해 ‘생굴 전채(前菜)’와 ‘굴 파스타’를 대접하려던 미국 수산업 로비단체도 급히 메뉴를 바꿨다. 생굴은 이쑤시개로 먹을 수 있지만 파스타는 그럴 수 없는 노릇이라.
▷미국은 워싱턴과 지역구를 오갈 때 개인 비행기를 이용하는 의원들이 많다. 비행기 자리 제공도 힘들게 됐다. 헬기는 예외. 여러 가지 제한규정이 있지만 일단 ‘고정 날개를 단 비행기’가 금지 대상이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이번 법안을 워터게이트 스캔들 이후 가장 강력한 윤리규정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글쎄…. 몇해 전 고인이 됐지만 이종근 의원이라면 ‘이쑤시개 접대’도 거부했을지 모르겠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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