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 없는 서민의 눈물 닦아 주려면

  • 입력 2007년 1월 31일 23시 13분


정부가 연평균 7조 원 수준의 펀드를 조성해 2017년까지 장기임대주택 340만 채를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10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방향은 옳다고 본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20∼30% 수준이다. 우리는 5.9%에 그쳐 저소득 서민의 주거복지가 열악한 편이다.

문제는 재원 조달 방식이다. 정부는 펀드 투자자에게 ‘10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α’를 재정지원을 통해 보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임대주택 사업의 낮은 수익성을 감안하면 재정 부담을 키울 우려가 높다.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수익성을 높이자면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높아져 서민이 입주하기 힘들어진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만 놓고 보면 ‘임대주택 펀드’의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단서를 찾기 어렵다.

유럽의 경험과 같이 민간주택보다 더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해야만 임대주택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 임대주택의 질과 생활 여건이 떨어지면 결국 슬럼화를 재촉해 임대주택 사업 전체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수도권에서만 연간 975만 평 이상이 소요되는 택지를 값싸게 확보하는 방안도 수월치 않은 과제이다. 정부는 군 시설, 교도소와 이전이 예정된 철도차량기지 등 국공유지와 그린벨트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철도차량기지나 군 시설을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임대주택 용지로 공급하다 보면 이전 비용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린벨트 개발은 수도권의 숲을 갉아먹어 환경파괴 논란을 부르게 된다. 가용(可用) 택지의 상당 부분이 공공임대주택용으로 투입되면서 민간주택 공급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정부가 진작 서민용 임대주택에 주력했더라면 집 없는 서민의 눈물을 다소나마 닦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서민의 정부를 자처하면서 갈팡질팡 부동산 정책으로 서민주택의 전월세만 올려놓아 솔직히 이번에도 미덥지 않다.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받을 수 있으려면 빈틈없는 사업모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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