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논술 연수 신선한 바람
우선 논술 교사 연수의 열기가 고조되었다. 30시간 기본 과정의 경우 서울시는 1850명, 경기도는 온라인 연수까지 합치면 2000여 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다른 시도에서도 연수 교사의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EBS 논술연수에도 전국적으로 약 1000명이 참여하였다. 추가로 개설한 전문과정에도 서울시의 경우 이미 259명이 참여하였고,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교사들의 참여도에서도 논술 연수는 경쟁률이 가장 높은 연수로 자리 잡고 있다. 국어과 이외에 다른 교과 교사들의 참여 비율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학교 차원의 자율적 연수가 늘어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월에는 교육인적자원부가 강사요원양성과정(60시간)을 마련하였다. 각 시도에서 핵심 논술 교사 178명이 참석하여 전국적 연결망이 형성된 역사적 사건이었다.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교육부 지원을 바탕으로 교사들의 논술 교육 동아리를 학교별로 공모한 결과 전국적으로 약 1000팀이 결성되어 활동을 시작하였다. 공교육 논술 지도의 구심점이 형성된 셈이다. 개별 학교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각 시도 교육청은 논술 교육 지원단을 조직함으로써 교사, 조직, 지원체제로 이루어진 논술 교육의 기본 틀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일단 대입 논술 때문에 시작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 차원으로 심화되고 있어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이 대입 논술과 구분하여 ‘순수 논술’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입시를 떠나서 의사소통 능력과 비판적, 창의적 사고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모든 교과에서 교육 및 평가 방식으로 논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인식과 의지를 표현하는 말이다. 그리고 ‘순수 논술’이 강화되면 입시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음도 함축한다. 내신, 수능, 논술이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아니라 ‘발전의 삼층탑’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도 들어 있다.
지난 한 해가 공교육이 논술 교육을 잉태한 시기였다면 이제는 출산의 시기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그 방향 그대로 잘 밀고 나가 튼튼한 아이를 낳아야 한다. 노력과 투자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우선 논술 연수를 더 강화해야 한다. 이제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향상 쪽에 중점을 두어 전문화, 단계화해야 한다. 학교 관리자와 학부모 대상의 연수는 더 확대되어야 한다. 이들의 지원 없이는 논술이 공교육에 정착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보다는 운영의 정상화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파행적으로 운영되었던 작문 시간을 정상화하여 글쓰기 기본 훈련을 맡기고 논리적, 비판적 사고 교육의 전문가인 철학, 논리학 교사를 적극 활용하여 논술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 도덕, 과학 등 논술 지도가 쉽게 가능한 교과부터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교과 과정 및 교사 양성 과정을 개선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언론도 논술 정상화 적극 지원을
언론도 한몫해야 한다. 논술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여 수익에만 급급하지 말고 공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답답해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해 동아일보가 최근에 마련했던 전국 순회 논술 설명회는 언론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준 행사였다. 사교육도 이제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여 공교육을 폄훼하는 방식의 접근을 버리고 공교육의 논술 교육을 보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접근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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