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총리로서 참으로 무거운 마음가짐으로 그동안 최선을 다해 왔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안보 도전,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게임 문제, 부동산 폭등 문제 등으로 국민이 많은 고통을 받았다.”
3월 6일 임시국회가 끝나는 대로 총리직을 그만두고 열린우리당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힌 한 총리로서는 이날 회의가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공식회의다. 통상 총리실 확대간부회의는 비공개이지만 한 총리는 이날 자신의 모두발언을 보도진에 공개하도록 했다.
그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노무현 정부의 ‘업적’에 대한 상투적인 자찬(自讚)도 있었지만,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다른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게임 문제가 터졌을 때는 “도둑을 맞으려니 개도 안 짖더라”라고 말했으며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잘못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 핵이 공격용이라고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한 총리의 이날 모두발언에는 이런 사안과 관련해 “국민이 많은 고통을 받았다”는 ‘자책’이 앞섰다. 한 총리는 지난해 바다이야기 파문 때도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는 “국민이 충격을 받고 불안에 휩싸인 데 대해 총리로서 깊이 사죄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물론 한 총리가 항상 겸허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노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과 관련해 정부 내에 헌법개정추진지원단을 구성하고, 4·25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예정된 전남 무안을 방문해서는 목포공항 주변 고도제한 완화 정책을 발표하는 등 과잉이다 싶을 정도의 의욕도 보였다. 이에 따라 야당으로부터 “정치적 행보를 중단하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의욕이 넘치는 행보는 자칫 정치적 욕심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책임이 있으면 인정하는, 겸허한 자세의 정치인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곧 당으로 돌아갈 한 총리에게 ‘상식의 정치인’이라는 이름이 오래 붙어 있기를 바란다.
이진구 정치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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