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실상의 청년실업 20%’ 이대로 가면…

  • 입력 2007년 3월 5일 2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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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밝힌 작년 말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7.9%로 전체 실업률 3.5%의 2배가 넘는다. 7.9%는 아주 높은 수치지만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체감 실업과는 괴리감이 컸다. 이는 취업 준비자와 취업 포기자를 ‘비(非)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해 공식 실업통계에서 뺐기 때문이다. 이들을 실업자에 포함시키면 청년 실업률은 19.5%까지 올라간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다. 실질적인 청년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는다는 얘기다.

이 분석은 타당성이 있다. 고용동향 조사에서는 ‘쉬었다’고 답할 경우 구직 포기로 보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한다. 하지만 65세 노년이 ‘쉬었다’고 하면 구직 포기일 수 있겠으나, 28세 청년이 ‘쉬었다’고 답할 경우 사실상 실업으로 보는 것이 옳다. 여기다 군 입대자, 대학원 진학자, 휴학생, 해외연수 학생의 상당수가 고용경쟁에 뛰어들기를 망설이는 ‘사실상의 취업유예 계층’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청년실업은 그 자체가 노동력 사장(死藏)이다. 청년기는 또 개개인이 자신의 인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시기로, 실업기간이 길어지면 교육 투자가 인적자산 축적 및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런 구조가 고착되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큰 낭비이며 성장잠재력도 훼손된다. 국가의 먼 장래까지 좀먹게 되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 신입생의 21%가 대학생활에서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로 ‘취업 준비’를 꼽았다. 국민은행이 일선 창구에 근무할 비정규직 은행원을 공모하자 석박사학위 소지자가 대거 몰려들었다. 모두 심각한 청년 실업의 실상을 보여 주는 단면들이다.

이 정부 4년 동안 사정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것은 기업 활동을 북돋아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규제 리스트를 늘려 가면서 관급(官給)의 ‘사회적 일자리’ 만들기에 매달린 탓이 크다. 재원이 있다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쪽에 투입해야 한다. 정부의 무능과 실책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미래를 꿈 꿀 수 없게 됐다면 이보다 더한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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