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재판관 임명도 DJ 비위 맞춰야 하나

  • 입력 2007년 3월 5일 2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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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對北) 송금사건 특별검사를 지낸 송두환 변호사가 이달 말 퇴임하는 주선회 헌법재판관 후임에 대통령 임명 케이스로 내정된 데 대해 범(汎)여권이 반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일각과 탈당파인 통합신당모임, 민주당이 그가 주도했던 특검 결과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동교동계의 적자(嫡子)를 자처하는 민주당은 내정 철회와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 특별검사제도와 사법부의 기능을 부정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다.

대북 송금사건은 김대중(DJ) 정부가 대북 경협사업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현대그룹 측으로 하여금 5억 달러(당시 5000억 원 상당)를 북에 송금토록 한 사건이다. 이 중 1억 달러는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대가였다. 박지원 씨를 비롯한 DJ 정부의 사건 관련자들은 이미 송두환 특검팀에 의해 기소돼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송 변호사는 법에 따라 국민적 의혹사건의 진상을 밝혔을 뿐이다. 왜 이것이 시빗거리가 되어야 하는가.

통합신당모임은 “송 변호사는 남북정상회담과 대북관계에 지나치게 엄격한 법적 잣대를 갖다 댄 인물”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느슨한 법적 잣대’로 불법인 대북 송금을 옹호했어야 헌법재판관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DJ의 햇볕정책에 흠집을 냈으니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인데 교조주의적 독선이다.

정략적 계산도 다분해 보인다. 이 문제로 DJ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반(反)한나라 ‘대통합 신당’ 추진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기색들이 역력하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송 변호사 내정은 호남과 개혁 진영의 반감을 불러올 것” “DJ와 동교동계를 자극할 수 있다”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범여권 관계자들이 앞을 다투어 DJ를 방문하고, DJ는 이들에게 ‘여권 대통합’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특정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나 지지 여부와는 별개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어떤 경우에도 특정 대북정책에 대한 맹신이나 정파적 이해관계에 의해 휘둘려선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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