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야기]한국서만 인기 없는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

  • 입력 2007년 3월 8일 03시 01분


‘IT 이야기’ 첫 회는 ‘불여우’ 얘기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구미호는 아니고요. 파이어폭스(Firefox·사진)라는 웹 브라우저입니다.

웹 브라우저는 인터넷 서핑을 할 때 쓰는 프로그램입니다. 익스플로러나 넷스케이프는 많은 분이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파이어폭스는 2004년 11월 탄생했습니다. 인터넷의 공유 정신을 내세운 비영리단체 ‘모질라 재단’이 만들었습니다.

파이어폭스는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 원스탯닷컴(www.Onestat.com)이 집계한 올해 1월 미국시장 점유율은 13.67%입니다.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점유율이 40%에 가깝습니다.

파이어폭스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익스플로러에 비해 속도가 빠릅니다. 안정성도 높아 여간해서는 프로그램이 다운되지 않습니다. 보안 측면에서도 익스플로러보다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이런 ‘불여우’가 유독 한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파이어폭스를 쓰는 누리꾼의 비중은 1∼2%입니다.

그 이유는 한국의 웹 사이트들이 익스플로러 위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파이어폭스로 웹 서핑을 하면 외국의 사이트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이트에서는 그림이 깨져 나오거나 일부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문제는 익스플로러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우리나라 인터넷업계의 목을 죄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좋은 예가 최근에 불거진 ‘윈도비스타’ 호환성 문제입니다. 1월 31일 시판된 윈도비스타에서 일부 인터넷뱅킹과 게임, 전자 민원서류 발급 등의 서비스가 전혀 작동하지 않아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이것은 국내 업체들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웹 표준을 따르지 않고 MS가 개발한 액티브X 기술에만 의존해 온 탓입니다. 액티브X는 인터넷 사용을 쉽게 해주는 MS의 독점 기술이지만 여러 문제가 있어 MS도 사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가졌으면 뭐합니까. 특정 기술이나 회사에 의존하는 인터넷 인프라는 의외로 취약할 수 있습니다. 한글판 파이어폭스는 한국 모질라 프로젝트 홈페이지(www.mozilla.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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