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광구]특허소송 기술전문가에 맡겨야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기술로 싸우고 특허로 이겨 내야 하는 기술전쟁의 시대이다. 다른 사람, 다른 기업보다 한발 앞서는 기술을 개발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자신의 기술을 침해받았을 때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며, 막상 법정 공방이 전개될 경우 기술연구에만 매달려 온 과학기술자나 발명가들이 자신을 효과적으로 지켜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특허침해소송에서 법률전문가 외에 기술을 알고 기술을 제대로 지켜 줄 수 있는 전문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기업 간, 국가 간의 기술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 예로 전 세계의 특허 출원 추이를 보면 1970년에 총 100만 건이던 것이 1992년엔 200만 건으로 늘어났다. 22년 만에 2배로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겨우 10년이 지난 2002년에는 무려 1450만 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신기술의 폭발적 확산에 힘입어 범세계적인 특허전쟁이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선진국의 앞서 가는 기업들의 구조적인 변화 추이도 관심의 대상이다. 미국의 상위 500대 기업의 자산구조를 보면 1982년에는 유형자산 60%, 무형자산 40%로 되어 있었다. 2002년에는 이것이 20% 대 80%로 커다란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상위권의 선진 기업일수록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토지 기계 등 유형재보다는 특허 상표 등 지적재산권이나 브랜드, 인적자원이나 기타 정보자산과 같은 무형재의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선진국에서 각종 지식재산이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 되고 있는 추세라면, 우리에게도 이들 권리를 여하히 보호하고 지지해 주느냐가 21세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인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특허침해소송의 대리를 누가 담당하느냐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다. 오늘날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물론 이웃 중국까지 이들 소송에서 ‘기술을 아는’ 변리사의 단독대리를 허용하거나, 변호사와 변리사의 공동대리를 허용하고 있다.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변호사가, 기술 문제에 대해서는 변리사가 각각 대리하게 함으로써 기술을 개발한 자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이 훼손됨이 없이 실효성 있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 주자는 취지이다.

최근에는 기술의 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빨라져 몇 달마다 새 기술 새 상품이 분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허침해사건의 재판정에서 기술을 아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더욱더 절실해진다. 한국에서는 이미 1961년 관련 법률에 이러한 내용이 규정되었음에도 반세기가 다 되도록 알 수 없는 이유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기술을 개발한 사람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기술전문가의 특허소송 대리가 하루빨리 실현되어야만 한다.

안광구 대한변리사회 회장·전 통상산업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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