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레이건의 눈물

  • 입력 2007년 3월 20일 03시 00분


“당신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 이름 옆에 공화당의 ‘공’자만 있어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가 전한 공화당 선거 컨설턴트의 이 말은 미 공화당의 딱한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당원들조차 40%가 “당의 예비주자들이 모두 약점과 한계가 있어서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타임이 1980년 대선 승리로 ‘영광의 공화당 시대’를 열었던 고(故)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눈물 흘리는 합성사진을 표지에 실은 뜻을 알 것 같다.

▷1981년 이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재임기간 8년을 빼고는 계속 공화당이 집권해 왔다. 그것은 1960년대 민주당 집권 시절에 시작된 보수세력의 혁신과 협력의 결과였다. 당은 작은 정부와 감세(減稅)정책으로 지지 기반을 확대하고, 풀뿌리 시민단체들은 대학과 국민 속으로 파고들었다. 보수주의 싱크탱크들은 정책개발과 홍보 노력으로 뒷받침했다. 민주당 텃밭인 남부가 경제 성장과 인구 유입, 민권운동에 대한 반감 때문에 보수화된 것도 힘이 됐다.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공화당의 장기집권은 보장된 듯했다. 그런 공화당이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수렁에 빠진 이라크 상황이 상징하는 부시 대통령의 대외정책 실패가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연방검사 무더기 숙청 논란, 딕 체니 부통령의 CIA 비밀요원 신분 공개 연루 의혹 등 일련의 스캔들도 영향을 미쳤다.

▷미 공화당 사정은 한국의 여권(與圈)과 좌파의 처지를 연상하게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100년 갈 정당’이라고 호언하며 만든 열린우리당은 3년여 만에 해체의 길로 접어들었다. 여권과 좌파는 민심 외면, 갈등 조장, 경제정책 실패, 청년 실업자 양산 등으로 불과 10년 만에 재집권 실패 가능성이 커지면서 혼란에 빠져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 대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의 이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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