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신년기획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 특별취재팀에서 대만 기업을 맡았던 기자의 말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작된 미니기업 시리즈는 20회에 걸쳐 세계 각국의 중소기업을 소개했다. 시리즈가 끝난 뒤 많은 취재기자들은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특수 컨베이어벨트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대만 HYC 린지진 사장이었다. 중국이 근대화에서 뒤처진 이유 중 하나는 기업가 정신의 부재(不在)였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중세(中世) 중국은 경제적으로 정체했다. 정체의 주요 원인은 ‘기업가 정신’을 금지한 사회 시스템이었다. 상업과 산업은 저급한 활동으로 간주됐다. 황제는 백성들의 재산을 압류하고 그들의 사업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백성들이 벤처사업에 뛰어들 유인을 감소시키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역동적 기업가 계급은 개발되지 못했다.”(버냉키 경제학 원론 20장 경제성장론)
그러나 대만 기업인들은 현재 미국 기업인 못지않은 사업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
본보 기자는 “대만 중소기업인들은 당당하더군요. 정부 지원은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정부 정책을 과감하게 비판할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대만 정부가 해당 기업을 괴롭히는 일은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만보다 훨씬 늦었지만 중국 본토에서도 기업 활동의 족쇄가 풀린 뒤 세계시장을 누비는 기업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왕성해지면서 중국 경제는 고속 질주하고 있는 중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선 기업가 정신의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인의 책임도 있지만 역시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문제다. 많은 정치인과 관료들이 옛 중국 황제들처럼 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것처럼 행세한다. 이로 인해 최근 수년간 한국 경제는 몇몇 대기업에 의해 힘들게 지탱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 기업인은 본보 기자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폭탄이 떨어지면 한국 경제는 그날로 무너지는 것 아닌가”라고까지 말했다. ‘대기업 몇 개 빼면 한국에 뭐가 있느냐’는 뼈아픈 질문이다.
본보 특별취재팀의 답변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 아래서도 글로벌 시장을 제패한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황제 행세를 하는 정치인과 관료만 줄어든다면 기업인들은 더욱 빛을 발할 게 틀림없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중소기업을 취재했던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외국 기업인들에게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 낸 우리 선배 기업인들의 모습을 봤습니다. 기업가 정신을 존중하는 사회적 공감대와 환경만 조성된다면 우리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임규진 경제부 차장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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