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대홍기획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골드미스(Gold Miss)’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골드미스란 탄탄한 직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독신생활을 즐기는 30대 여성을 일컫는 신조어(新造語)죠.
예전 같으면 ‘올드미스’라는 딱지와 함께 가족과 친지의 눈총을 받았을 30대 미혼 여성이 ‘화려한 싱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동차, 여행업계와 외식업계는 이들의 두꺼운 지갑을 겨냥한 맞춤상품 내놓기에 분주합니다.
대홍기획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30대 여성 중 월평균 지출액이 400만 원이 넘는 전문직 여성 31명과의 면접조사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나온 골드미스들은 또래 기혼 여성들과 달리 자신을 가꾸는 데 많은 투자를 합니다. 기혼 여성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발품을 팔지만 골드미스들은 이미 검증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선호합니다. 조사 대상자의 41.9%가 최근 3개월 내에 고가(高價)의 명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에게 외모나 몸매를 젊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은 회사 일만큼 중요합니다.
하지만 골드미스들의 현실은 ‘금빛’만은 아니었습니다. 일을 통한 자아성취도 중요하지만 골드미스들이 성공의 척도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행복한 가정’이었습니다. 조건에 맞는 배우자를 못 만났을 뿐 결혼을 포기한 적은 없다는 거죠. 그래서 골드미스들은 “일과 결혼했다”라는 말이 가장 듣기 싫다고 합니다.
조사 대상자의 78.25%는 “환경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해야 행복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탄탄한 직장과 경제력을 갖고 있지만 “여성의 행복은 남편에게 달려 있다”고 털어놓습니다.
한 사회학자는 골드미스에 대해 ‘후기 산업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걸맞은 인간형이 탄생했다’고 거창하게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새로운 소비층을 만들어 내기 위해 업계가 만들어 낸 허상(虛像)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