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빨간 머리띠’ 없는 민주노총 기대한다

  • 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표한 올해 민주노총 사업계획서에서 ‘총파업’이라는 세 글자가 12년 만에 처음으로 사라졌다. 민주노총은 작년 한 해 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이슈를 포함해 일곱 차례의 총파업을 주도했다. 툭하면 서울 세종로 사거리를 점거하고 총파업 시위를 벌이던 민주노총이 연간 투쟁 방향을 제시하는 문서에서 ‘총파업’을 없앤 것은 모두가 박수로 환영할 일이다.

최근 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민주노총의 투쟁노선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강경투쟁을 선동하는 일부 좌파학자의 행태를 지적한 것도 상당한 용기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그는 좌파학자들이 너무 성역화돼 그들의 주장을 비판하는 것이 개량주의로 매도되는 분위기가 있지만 이제 ‘아니면 아니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대학에서 철밥통이 보장된 좌파학자들은 나라 전체의 경제 난국에 눈감고 민주노총의 극좌 투쟁노선을 부추기지만 노동자가 꾸릴 삶의 질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위원장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빨간 머리띠를 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노동운동 현장에서 빨간 머리띠는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불법 파업에 나서는 노동자들의 넥타이처럼 돼 버렸다. ‘한국은 기업 하기 힘든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던 빨간 머리띠가 이 위원장의 말 한마디로 사라질 수 있을지 현재로선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 위원장이 강경파를 달래며 합리적인 대화노선을 계속 끌고 가기에는 민주노총 내부의 장애물이 만만찮다. 민주노총의 핵심 대규모 사업장인 현대자동차만 하더라도 최근 강경파가 노조위원장에 당선됐다. 민주노총의 올해 사업계획에는 ‘한미 FTA 협상 중단’도 들어 있다.

그럼에도 이 위원장의 변화 추구를 주목한다. 민주노총이 경제 살리기에 기여함으로써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노동단체로 정체성을 수정하는 것이 곧 노동자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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