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20일자 1면에 ‘폴리페서 유감’이라는 칼럼을 실었다. 이처럼 본보가 14∼20일 연재한 기획 시리즈 ‘대선의 해, 폴리페서(polifessor·정치교수)의 계절’은 대학과 교수사회는 물론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시리즈를 취재했던 기자들은 학문적 성과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정책지향형’ 폴리페서가 아닌 정치적 자리를 노리는 ‘정치지향형 폴리페서’ 행태를 보면서 황당하고 씁쓸했다.
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교수 중 유일하게 공직을 맡지 않은 동국대 박부권 교수는 “멀쩡한 사람(교수)들이 와서 (인수위에서 일하게 해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이상했다. 대학 총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조교는 자기가 모시는 교수의 정치적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뛸 때마다 “내가 조교가 아니라 국회의원 보좌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위 공직을 맡았다가 대학으로 돌아온 한 교수가 “기사 딸린 차를 타고, 전화도 비서가 걸어 주는 경험을 한 뒤 대학에 돌아와 어두운 저녁 혼자 연구실 문을 닫고 나갈 때의 적막감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을 때는 안쓰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기사를 읽고 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온 교수들은 대체로 “부끄럽지만 교수 사회의 자화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현실 참여는 지식인의 책임이기도 하다. 자신의 전문성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려는 순수한 의도의 ‘정책지향형 폴리페서’까지 매도돼서는 안 된다.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는 교수들 중 극히 일부일 것이다. 많은 교수들은 오늘도 밤늦게까지 연구실을 지키며 연구와 수업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대학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폴리페서를 양산하는 비정상적인 권력엘리트 충원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민동용 정치부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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