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로만손의 경우’ 등 FTA로 인해 가능해진 ‘FTA형 비즈니스 모델’을 여럿 개발해 업계에 홍보하고 있다. 관세는 자유무역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검역, 원산지 제한 등 비관세 장벽도 대부분 통관단계에서 작동한다. ‘교역자유’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관세청은 ‘자유무역훼방청’이라 불려도 크게 억울할 것 없다. 이런 관세청이 나서서 수출입 기업들에 FTA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안내서비스를 하는 세상이다.
미국의 국경도시 샌디에이고와 멕시코의 티후아나는 양국 간 주요 교역도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되기 전엔 대미(對美) 수출품을 가득 실은 멕시코 트럭은 통관을 기다리며 짧으면 하루, 길면 사흘을 티후아나에 묵었다. 하지만 지금은 1분 안에 끝난다. 운송비의 대부분이 운전사 인건비와 트럭 임차료이니 FTA가 관세뿐 아니라 물류비를 얼마나 절감시켰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것이 FTA다. 한미 FTA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북핵을 둘러싼 북-미 긴장이 완화되면서 한미 FTA에서도 개성공단 원산지 대우를 기대할 만큼 주변여건도 많이 호전됐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일이 더 어렵다. 타결 후 국내 이익집단을 설득하는 것부터 예측불허다. 한-칠레 FTA의 경우 1999년부터 3년간 협상해 2002년 타결해 놓고도 2004년 초에야 국회 비준을 받았다. 대국민 홍보를 충분히 해 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서도 대외협상뿐 아니라 국내 이해집단과의 내부협상에 진작부터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통상협상은 안팎의 이원적(二元的) 협상과정을 밟기 마련이다. 특히 한미 FTA 반대세력에는 ‘교역에 따른 이해(利害)관계 집단’뿐 아니라 ‘무조건적 반미(反美)세력’이 혼재돼 있다. 그리고 후자는 설득 및 타협이 거의 불가능하다. FTA 체결에 따르는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반대세력도 두 갈래 대응을 통해 분리해 둘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취약산업에 대한 광범위하고 단계적인 구조조정계획을 미리 수립하고 세세히 알려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다.
이익 보는 쪽이라고 해서 내용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한-싱가포르 FTA 발효 1주년을 맞아 국제무역연구원이 설문조사한 결과 “한-싱가포르 FTA 자체를 모른다”는 응답이 16%, “들어 봤지만 내용은 모르겠다”는 응답이 50%나 됐다. ‘싱가포르와 교역하는 업체의 실무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가 이랬다. 특혜관세를 못 받은 이유에 대해 “그런 제도를 몰라서”라는 대답이 34%에 이르렀다. 이런 현실이라면 TV의 FTA 관련 공익광고에 ‘수출입을 하십니까? FTA 특혜관세에 대해 알고 싶으시면 관세청 홈페이지의 ‘FTA포털’을 참고하세요’라는 자막을 넣는 것도 방법이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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