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노무현 대통령이 1월 9일 처음 제기했을 때나 지금이나 별 변화가 없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노 대통령 임기 중의 개헌’에 대해 반대가 여전히 찬성의 2배 안팎이다. 설령 발의를 해도 야당은 물론이고 여권 일각까지 반대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막무가내로 개헌 홍보에 세금과 행정력을 소모하고 있다. 싫다는 사람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스토커 같다.
꼬인 게 있으면 풀고, 막힌 게 있으면 뚫어 줘 국민의 삶을 편하게 해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더욱이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일에 헛돈까지 쓰는 것은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말해온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개헌 홍보를 위해 공무원과 공적 조직을 동원함으로써 정부가 법 위반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은 대(對)국민 개헌 홍보 e메일 발송과 공개토론회 개최가 국민투표법 제26조와 제118조에 규정된 사전운동에 해당돼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이 나라 현실은 정부가 운동권처럼 ‘개헌 투쟁’에 나서 국력을 낭비해도 괜찮을 만큼 한가롭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핵, 교육과 부동산 문제 등 정부가 매달려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좋은 정부다. 대통령부터 오기(傲氣)를 스스로 꺾어야 한다. 대통령이 억지를 부리니까 일부 공무원이 진짜 충성심이나 있는 듯이 ‘나팔수’ 시늉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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