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무엇이 그들을 조기 퇴사로 내모나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지난 1년 동안 제가 아는 새내기 직장인 5명이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힘들게 취업문을 뚫고 저마다 선망하는 기업에 입사했지만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 또는 “연봉이 기대보다 낮다”며 다른 길을 찾기로 했습니다. ‘신입 사원 10명 가운데 3명이 1년 안에 퇴사한다’는 채용정보업체의 통계가 실감이 납니다.

요즘 기업에서는 신입 사원의 조기 퇴사가 문제되고 있습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신입 사원 선발 비용을 제외하고 교육비로 1명당 연간 800만∼1000만 원이 들어간다”며 “주변 동료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신입 사원의 퇴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더군요.

많은 기업이 신입 사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배 사원을 신입 사원의 ‘상담자(멘터)’로 엮어 신입 사원의 퇴사율을 낮춘 기업도 있고 신입 사원의 가족에게 선물과 편지를 보내 사원과 회사의 결속을 다진 회사도 있습니다.

▶본보 21일자 B4면 참조
신입사원 사수작전…10명중 3명꼴 입사 1년안에 조기퇴사

하지만 신입 사원이 퇴사하는 ‘근본적’ 이유에 주목하는 기업은 적어 보입니다. 신입 사원들은 대부분 일이나 회사 분위기가 ‘기대와 달라서’ 퇴사합니다.

이 점을 먼저 해결하지 않는 한 조기 퇴사를 막기는 어렵습니다. 충남대 심리학과 이선희 교수는 “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뽑는 데만 열중하느라 지원자가 자기 회사 업무에 맞는 인재인지는 잘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한 애완동물 용품 판매회사는 입사 지원자들에게 동물의 배설물을 처리하거나 무거운 사료 봉지를 옮기는 동영상을 보여 준다고 합니다. 이런 ‘직무상 어려움’을 보고 나서 지원을 포기하는 사람은, 만약 입사하더라도 어차피 곧 그만둘 것이기 때문에 회사나 지원자 모두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지요.

기업이 신입 사원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개인이 회사 내에서 어떻게 전문성을 쌓고 경력 계발을 해 나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줘야 합니다. 새내기 직장인이 ‘내가 이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을 갖는다면 일찍 그만둘 가능성은 낮아지겠지요. 어렵게 입사한 신입 사원이 무사히 직장에 안착하는 데는 본인의 마음가짐만큼이나 기업의 진지한 고민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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