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은기]‘골드칼라’가 되라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스스로를 고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실업자가 될 것이다.’ ‘수영하는 법을 확실히 배운다면 습득된 기술은 강, 호수, 풀장, 바다 등 어느 곳에서나 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끊임없는 재학습이 필요하다.’

미래학자이며 경영컨설턴트인 프랭크 오그던이 한 말이다. 과거 항공사에서 정비사는 프로펠러가 달린 내연엔진을 정비했다. 프로펠러 비행기가 사라진 뒤 엔진이 4개 달린 비행기가 나타났고 정비사는 새로운 작업방식으로 근무했다. 다음에는 제트엔진이 나타났고 정비사는 재훈련을 통해 새로운 정비기술을 사용하게 됐다.

자아실현이 21세기 직업인 목표

음속을 돌파하는 비행기나 디지털화된 항공시스템에서도 정비는 필수적이다. 비행기가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동안 정비기술도 혁명적으로 변했는데 정비는 여전히 중요한 직업이다. 비행기는 더 첨단화되겠지만 정비사는 조종사, 승객 그리고 기체의 안전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직업으로 존재할 것이다. 반면에 장거리 비행 중 항로를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하던 항법사 직업은 사라졌다. 자동항법시스템이 나타나면서 항법사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또 새롭게 나타난다. 이런 가운데 사라지지 않고 더욱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직업 분야는 여전히 존재한다. 직업을 선택하거나 전환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관점은 바로 ‘사라질 직업’인지 새로 나타날 직업인지, ‘더욱 고도화되는 직업’인지 파악하는 일이다.

오늘날 생산적 기술자를 뜻하는 블루칼라 분야보다 사무직을 뜻하는 화이트칼라 분야가 더 많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간과한다. 공장자동화나 생산자동화 이상으로 사무자동화가 더 강하게 이뤄진다.

예를 들어 외환위기 당시 생산직과 기술직보다 은행원 같은 화이트칼라 사무직이 더 많이 해고됐다. 은행원을 가장 안정된 직업으로 여겼지만 순식간에 가장 불안정한 직업으로 바뀐 셈이다. 금융 분야의 사무자동화가 불러온 돌풍이었다. ‘넥타이 부대의 몰락’은 한국인에게 새로운 직업관을 깨닫게 해 준 결정적인 계기였다.

요즘 젊은이는 전통적인 블루칼라나 화이트칼라의 개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직업관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바로 골드칼라(Gold Collar)의 개념이다. 골드칼라는 생산직이든 기술직이든 사무직이든 관계없이 새로운 직업관과 새로운 근무방식으로 일하는 21세기형 전문 직업인을 의미한다.

골드칼라는 첫째로 자아실현을 목표로 자발적으로 일해야 하며, 둘째로 전문성과 창의성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어야 하고, 셋째로 끊임없이 재학습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켜야 하며, 넷째로 쉽게 대체되지 않는 핵심 역량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직업관에 따르면 생산직과 기술직보다는 사무직과 관리직을 선호하고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보다는 대기업을 선호했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나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서나 낡은 직업관은 과감하게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 선호 낡은 직업관 버릴 때

직업 분야는 산업이 필요로 하는 한 모두가 소중하다. 생산 연구개발 디자인 마케팅 재무 기획 경영전략 인사관리 등 모든 분야가 기업의 가치창조에 필수적이다. 직무의 귀천이 있을 수 없고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을 받을 뿐이다.

선진국에서 매출액 상위기업보다는 존경받는 기업을 선호하고, 존경받는 기업보다는 매력적인 기업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의미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력적인 기업이란 규모와 관계없이 자신의 역량을 자발적, 창의적으로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한국은 지금 선진경제를 지향한다. 전통적인 직업관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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