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평균관세율은 11.9%지만 미국은 4.9%다. 이미 개방수준이 높은 미국더러 ‘동일한 수준의 추가개방’을 요구하기는 힘들다. 비유하자면 외투까지 입은 사람이 조깅복 차림의 상대에게 “똑같이 3벌씩 벗자”고 할 수는 없는 이치다. 뼛조각 쇠고기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접근할 때가 됐다. 게다가 한국이 FTA를 제의한 것은 대미(對美) 수출을 늘리려는 의도가 크지만,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우리는 FTA의 이런 의미를 바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익의 균형’이 깨져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의 협상을 보면 미국의 요구가 더 관철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우리의 관심사항인 반덤핑규제 완화에 대해 ‘법 개정사항은 불가(不可)’라며 완고한 태도다. 미국의 반덤핑규제는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에도 어긋난다. 섬유와 자동차의 관세 인하도 외면하고 있다. 미국의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은 또 수입화물에 대해서만 항만관리세를 부과하고, 연안해운시장과 항공운송업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제한하는 등 불공정 조치를 고수하고 있다. 국내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한국에 쌀 개방 얘기는 꺼내지 말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협상이 ‘돌이키기 힘든 수준’까지 진척됐다고 보고 있다. ‘내가 좀 억지를 부려도 상대가 결렬시키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으로 ‘벼랑끝 전술’을 쓰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세는 서로 피해야 한다. 어느 쪽으로든지 협상 결과가 기운다면 대국민 설득과 의회 비준이 힘들다. 특히 한국에서는 불균형이라는 평가가 내려질 경우 반미(反美)감정을 부추기는 재료로 악용될 수 있다.
양측 모두 호혜(互惠)의 정신으로 남은 협상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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