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의 사정이 정말 어렵다. 정치는 ‘민주주의 과잉’을 걱정할 정도로 풀어져 버렸고, 경제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 북핵 문제는 해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6자회담마저 주춤거리고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국론 분열은 깊어지고 있다. 박 군의 역영(力泳)이 주는 감동은 그래서 더 값지다.
그의 쾌거는 무엇보다 우리에게 패배주의에서 벗어나라고 일깨우고 있다. 대선주자가 경제성장률 7%를 공약하면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코웃음 치고, 대기업 총수가 “4, 5년 뒤에 먹고살 것을 걱정하자”고 하면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핀잔을 주는 그런 정치와 정부로는 희망이 없음을 각성케 한 것이다.
박 군은 ‘수영 황제’로 불리는 호주의 이언 소프(195cm)보다 키가 12cm나 작다. 다른 선수들이 1, 2년씩 준비한 세계선수권 대회를 두 달 연습 끝에 제패했다. 매일 1만 5000m의 물살을 가르며 기초(근지구력)를 다지고, 과학적인 경기전략을 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들이다.
어디 박 군뿐인가.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사상 최고기록을 따낸 김연아 선수,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이강석 선수, 37세의 나이로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이봉주 선수도 모두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살려 준 영웅이다. 그들을 통해서 ‘작지만 강한 나라’ 대한민국의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를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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