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태환 군이 쏘아 올린 ‘젊은 코리아’의 희망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그건 단순한 스퍼트가 아니었다. 18세 고교생 박태환 군이 그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마지막 50m를 남겨 두고 펼친 대역전극은 ‘한국 최초의 세계선수권 제패, 동양인 남자 최초의 자유형 금메달’이라는 기록 이상의 희망이요, 가능성이었다. 4위로 뒤처져 가다가 막판 무서운 스피드로 치고 나와 맨 먼저 때린 것은 터치판만이 아니었다. 혼란과 갈등 속에 지치고, 무뎌지고, 나태해지기까지 한 국민의 정신이었다.

나라 안팎의 사정이 정말 어렵다. 정치는 ‘민주주의 과잉’을 걱정할 정도로 풀어져 버렸고, 경제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 북핵 문제는 해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6자회담마저 주춤거리고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국론 분열은 깊어지고 있다. 박 군의 역영(力泳)이 주는 감동은 그래서 더 값지다.

그의 쾌거는 무엇보다 우리에게 패배주의에서 벗어나라고 일깨우고 있다. 대선주자가 경제성장률 7%를 공약하면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코웃음 치고, 대기업 총수가 “4, 5년 뒤에 먹고살 것을 걱정하자”고 하면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핀잔을 주는 그런 정치와 정부로는 희망이 없음을 각성케 한 것이다.

박 군은 ‘수영 황제’로 불리는 호주의 이언 소프(195cm)보다 키가 12cm나 작다. 다른 선수들이 1, 2년씩 준비한 세계선수권 대회를 두 달 연습 끝에 제패했다. 매일 1만 5000m의 물살을 가르며 기초(근지구력)를 다지고, 과학적인 경기전략을 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들이다.

어디 박 군뿐인가.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사상 최고기록을 따낸 김연아 선수,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이강석 선수, 37세의 나이로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이봉주 선수도 모두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살려 준 영웅이다. 그들을 통해서 ‘작지만 강한 나라’ 대한민국의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를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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