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이 23일 울산에서 열린 전국지역혁신협의회 의장단 연찬회에서 ‘난데없이’ 국가균형원이라는 부처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균형발전’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집행부처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박 장관의 이 발언은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집권 초도 아닌 임기 말에 부총리급 부처를 신설하자는 제안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아무리 정부 조직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지만 장관의 의지만으로 이뤄질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의 발언을 단순히 개인의 소신을 밝힌 ‘해프닝’으로 넘겨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안에 담긴 인식까지 그냥 넘기기는 어렵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부터 꾸준히 정부 조직과 공무원 수를 늘려 지금까지 4만9000여 명의 공무원이 증원됐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의 비대’가 국민의 박수만 받은 것은 아니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무능공무원 퇴출 방안에 여론의 지지가 큰 것도 ‘정부의 확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와중에 행자부는 지방자치제 실시 후 점점 기능이 위축돼 일부에서는 ‘무용론’과 ‘폐지론’까지 나올 정도다. 위기의식의 반영인지 행자부는 지난주 ‘균형발전정책을 위해서는 행자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내기도 했다.
국가균형발전위는 참여정부에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게 만든 수많은 자문위원회 중 하나다. 정권 교체 후에는 존립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두 기관을 합쳐 오히려 몸집을 키우겠다는 발상은 어처구니가 없을뿐더러 ‘국민적 필요’보다는 조직의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의심이 들게 만든다.
여권은 이달 균형원 신설과는 관계없지만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균형원 신설’이라는 민감한 구상을 ‘소신껏’ 말해 버리는 장관. 그 소신이 임기 마지막 날까지 비판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정부 조직을 늘려 나가겠다는 정부 전체의 ‘소신’과 쌍둥이는 아닌지 걱정스럽다.
김기현 사회부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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