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엄애선]권장규격제는 식품안전 지킴이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최근 식용유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과거 ‘쓰레기 만두소’ 사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요즘은 시중에 유통되는 식용유가 마치 발암물질 덩어리인 것처럼 느껴진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권장규격의 9배에 이르는 수치의 벤조피렌은 옥수수유를 만들기 위한 수입 원료인 원유에서 나온 것이며, 이 원료는 정제 가공과정을 거쳐 유통됐고 국산 옥수수유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국산과 섞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유통되는 국산 옥수수유가 당초에 없으므로 국산과 섞일 수 없다는 말이다. 옥수수유가 원유 상태일 때는 검고, 냄새가 나고, 이물질이 많아서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그대로 제품화할 수가 없다.

관심은 식약청이 식용유의 벤조피렌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모아진다.

식약청은 식용유의 벤조피렌이 국제적 기준도 없는 물질이지만 인체에 해로운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를 위해 권장규격을 설정해야 했다고 설명한다. 이 모니터링은 실태조사 차원에서 실시됐으며, 위해평가 결과 인체에 해롭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해물질 검출량이 인체에 해로운 수준으로 평가될 경우에 즉시 유통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은 이미 마련돼 있다. 식약청은 2월에 신설한 권장규격에 대해 모니터링을 충분히 실시한 후 종합적으로 발표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전문가로서는 일면 이해가 간다. 위해성이 밝혀지지 않은 것을 대책 없이 지적해서 공연히 불안감이나 시장 충격을 야기할 필요는 없다.

권장규격 제도는 법적 기준이 없는 위해물질에 대해 법적기준이 세워질 때까지 소비자를 보호해 주면서 기업으로 하여금 준비를 갖출 시간을 주는 장치다. 법적 기준을 만들고 고칠 때 필요한 실태조사, 위해평가, 행정절차 등에 따른 노력을 덜 수 있어 새로운 위해요인에 의한 식품사고를 예방하는 데 유용하다. 소비자와 업체를 동시에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식품사고 예방을 위한 권장규격 제도는 최근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식약청이 모처럼 내놓은 좋은 제도다.

이 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한국인의 식품 안전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엄애선 한양대 교수 식품영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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