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 우한의 바둑열기

  • 입력 2007년 3월 28일 03시 01분


대국 하루 전(11일) 국수단 일행은 오전에 유람선을 타고 둥후(東湖)를 관광했다. 별천지를 연상시키는 풍경이 펼쳐진 후베이 지역의 대표적인 호수다. 하지만 말만 관광이었다. 두 대국자는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다니는 취재진과 어딜 가나 구름같이 몰려들어 사인 공세를 펼치는 팬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한국 바둑에 대한 중국 팬들의 열기가 대단했다.

오후에는 아시아기원 현판식과 기념식수를 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는 공개해설회도 아닌데 400여 명에 이르는 이들이 모여 한국선수단을 놀라게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이창호의 힘이었다. 공식 일정을 마친 두 대국자는 오후 관광을 포기하고 호텔에서 쉬었다. 우한에 와서 강남의 3대 명루(名樓)로 손꼽히는 황허러우(黃鶴樓)를 구경하지 않는 것은 베이징에서 톈안먼을 보지 않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지만 선수에게는 대국이 더 중요했다.

61부터는 흑의 독무대다. 흑 75까지 실리를 벌어들이며 공격하고 있다. 여기서 점심시간이 되었다. 호텔 28층의 스카이라운지 뷔페에서 점심을 들었다. 창밖을 내다보는 국수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집으로는 그리 뒤질 게 없으나 흑이 두텁다.

백은 상변에 미생마도 하나 떠 있다. 많은 이들이 ‘3 대 0’, 국수의 완패를 떠올렸지만 말을 아꼈다. 즉각 뛰어든 백 88이 국수의 형세를 대변하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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