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한전 주총 ‘낙하산 인사 소동’의 의미는

  • 입력 2007년 3월 28일 03시 01분


26일 한국전력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 대강당에서는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작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주총에서는 임기가 끝나는 한준호 사장의 후임으로 이원걸 전 산업자원부 제2차관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됐습니다.

“낙하산 인사를 반대합니다. 높은 곳에 계신 분들은 아랫사람, 국민의 고충을 귀담아듣지 않고 정부가 하자는 대로만 합니다.”

자신을 주주라고 밝힌 한 여성 참석자가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질타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내가 술렁거리자 의장을 맡은 한 사장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그는 “한전과 같이 큰 공기업은 외부에서 지식과 경험을 갖춘 분이 도움이 되고, 저도 외부에서 왔지만 3년간 열심히 일했다”며 “이 전 차관은 겸손한 분이고 에너지 분야의 전문성도 갖췄다”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이 주주도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듣겠다면 더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며 물러섰고, 장내는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이번 일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습니다.

물론 공기업 사장을 무조건 내부 인사로 채워야 한다거나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모두 무능한 ‘낙하산 인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높은 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국민의 고충을 모른다”거나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사는 정부가 하자는 대로만 한다”는 날 선 지적은 국민과 주주의 눈에 비친 공기업 자율 경영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기획예산처가 지난해 한국생산성본부에 의뢰해 17개 공기업을 조사한 ‘2006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13개 기업의 ‘고객 충성도’가 전년보다 하락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입니다.

혹시 고객의 불편에 눈을 감고 정부 눈치만 살피는 공기업의 행태가 ‘낙하산 인사’ 논란을 키워 온 근본 원인은 아닐까요. 이날 주주의 양보가 그간의 오해와 불신을 모두 털어 내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공기업의 진정한 자율경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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