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로 풀어보는 경제]‘보이지 않는 손’

  • 입력 2007년 3월 28일 03시 01분


모든 개인은 그가 좌우할 수 있는 모든 자본에 대해 가장 유리한 용도를 발견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물론 그의 1차 관심사는 자기 자신의 이익으로 그 사회의 이익은 아니다. (중략) 각 개인은 사회공공의 이익을 촉진하려고 직접 노력하지 않고, 실제 자신이 어느 정도 사회공공의 이익을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외국의 산업보다 국내의 산업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안전을 위함이고, 그가 그 산업의 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산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것은 그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그는 이 경우에도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이끌려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추구하게 된다.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것이 반드시 사회에 나쁜 것은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실제로 사회의 이익을 직접 추구했을 경우보다 더 유효하게 사회의 이익을 증진하는 수가 많은 것이다.

서울대가 최근 공개한 ‘2008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 예시문제’에는 애덤 스미스의 대표적 저서인 ‘국부론’의 일부가 제공됐다. 이를 토대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어떤 것이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어떤 모습인지를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국부론은 그동안 성균관대와 고려대 등 여러 대학의 논술고사에 자주 등장했다.

고전학파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가 1776년 내놓은 국부론은 어쩌면 경제학에서의 가장 중요한 발견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인과 기업들은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끌리는 것처럼 행동하고, 결과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바람직한 시장성과를 달성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사실, 경제학을 배우는 이유 중 하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떻게 이런 ‘마술’을 이뤄내는지를 알아보는 것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 활동을 조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은 바로 가격이다. 어떤 재화의 가격은 그 재화가 지닌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그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된 비용도 포함한다.

개인이나 기업은 물건을 사고팔 때 가격을 고려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행동이 가져올 사회적 이득과 비용을 계산한다. 결과적으로 가격은 사회복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개별 주체들의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셈이다.

따라서 정부가 ‘보이는 손’으로 수요 공급의 변화에 따른 가격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한하면 ‘보이지 않는 손’의 조정 기능을 제약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격을 규제하거나 심지어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자원 배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가격 규제로 인해 원하는 물건을 사고팔 수 없고, 세금으로 가격이 왜곡된다면 그만큼 경제적으로 비효율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한경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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