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제 저런 교육]용돈 협상 게임

  • 입력 2007년 3월 28일 03시 01분


남상훈 씨와 부인 김미경 씨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증권업협회에서 열린 금융교실에서 자녀들과 용돈 협상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남상훈 씨와 부인 김미경 씨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증권업협회에서 열린 금융교실에서 자녀들과 용돈 협상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저도 이제 6학년인데 일주일에 4000원, 한 달에 1만6000원은 너무 부족해요.” 종우가 한참 계산하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럼 어떤 용도로, 얼마나 받고 싶은지 말해보렴.” 어머니는 종우보다 일찍 계산을 끝낸 터라 한결 여유 있는 표정으로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 종우는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한 달에 교통비 3000원, 군것질 5600원, 학용품 3000원, 만화책 대여료 1800원, 생일선물 5000원, 비상금 3000원, 다 합쳐서 2만1400원은 주셔야 해요.” 하지만 어머니는 단호했다. “1만7000원 이상은 절대로 안 된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증권업협회 강당에서는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주최로 ‘엄마 아빠와 놀면서 배우는 금융교실’이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초등학교 4∼6학년생 30여 명은 주식 투자, 펀드교육을 받은 뒤 마지막 순서로 ‘부모와 함께하는 용돈 협상게임’을 했다.

○용돈 항목별 비중 조정이 핵심

남종우(12) 군은 어머니 김미경(36) 씨와, 동생 서우(10) 양은 아버지 남상훈(44) 씨와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어머니 김 씨는 종우의 요구를 듣고 “한 달에 6권 빌리는 만화책을 3권으로 줄일 것”과 “용도가 명확하지 않은 비상금 3000원을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 종우는 “한 달에 6권이면 5일에 1권인데 그 정도로는 공부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며 “이제 6학년이니 어느 정도 비상금은 필요하다”고 맞섰다.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어머니가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럼 만화책을 6권 빌리는 대신 비상금 항목을 빼기로 하자.” 종우는 “한 달에 1만8400원, 일주일에 4600원을 받게 되는 건데 너무 적다”며 푸념했지만 결국 수긍했다.

서우는 자녀들의 생활을 잘 모르는(?) 아버지에게 학용품 1만6000원, 생일선물 8000원, 준비물 2000원, 비상금 1000원 등 현재 8000원보다 대폭 인상된 금액인 2만7000원을 요구했다. 아버지 남 씨는 “학용품이 지나치게 비싸게 계산됐다”며 “학용품에서 8000원을 빼는 대신 비상금 1000원을 더 주겠다”고 제의해 한 달에 2만 원, 매주 5000원으로 합의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아이빛연구소의 박지영 주임은 “용돈을 협상할 때는 대화를 통해 어느 항목에 어느 정도의 용돈을 쓰는 것이 적당한지 부모와 자녀가 합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가 인센티브도 협상

용돈의 액수를 결정한 다음에는 집안일을 했을 경우의 보상과 함께 횟수, 용돈의 변화 원칙 등을 논의해야 한다.

어머니는 동생보다 용돈을 적게 받게 됐다며 심통이 난 종우에게 “집안일을 하면 분리수거 1회에 500원, 심부름 1회에 500원, 주말 욕실청소 1회에 1000∼5000원 등 돈을 추가로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자 종우도 “비상금이 필요하면 집안일을 하면 되겠다”며 손뼉을 쳤다. 반면 서우에게는 “주당 2000원에서 5000원으로 오르는 만큼 인상된 3000원에 대해서는 집안일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흰머리 뽑을 땐 1올에 100원, 분리수거 1회에 500원, 심부름 1회에 500원 등 집안일을 일주일에 적어도 3000원어치 해야 5000원을 다 받을 수 있다는 것. 스스로의 협상 실력에 뿌듯해 하던 서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역지사지’ 등 기본 협상원칙 지켜야

전문가들은 용돈 협상을 할 때 몇 가지 기본적인 협상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협상에 앞서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분명히 알리고 △요구 조건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충분히 제시하며 △협상 과정에서는 목표를 유지하면서 부가적인 부분을 양보하고 △협상이 난관에 부닥쳤을 때는 상대도 인정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윽박지르거나 자녀가 억지를 부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박병주 한국투자자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돈을 계획적으로 사용하게 할 뿐 아니라 대화를 통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교섭 능력을 키울 수 있어 용돈 협상은 최고의 경제 교육”이라고 말했다.

종우의 용돈 협상표
항목요구한 용돈(월)협상 결과협상 조건들
교통비750원×4주=3000원요구사항 수용-용돈은 주당 4600원 씩 지급-집안일 하면 추가 지급=분리수거 500원, 심부름 500원, 욕실청소1000∼5000원 등
군것질700원×주2회*4주=5600원요구사항 수용
학용품1500원×월2회=3000원요구사항 수용
만화책 대여료300원×월 6권=1800원요구사항 수용
생일선물5000원(월1회)요구사항 수용
비상금3000원(월)수용 안함
2만1400원1만8400원-

서우의 용돈 협상표
항목요구한 용돈(월)협상결과 협상조건들
학용품2000원×주2회×4주=1만6000원1000원×주2회×4주=8000원-용돈은 주당 5000원씩 지급-인상분 3000원만큼 집안일을 해야 함=분리수거 500원, 심부름 500원, 흰머리 1올에 100원 등
생일선물4000원×월2회=8000원요구사항 수용
준비물500원×4주=2000원요구사항 수용
비상금1000원2000원으로 인상
2만7000원2만 원 -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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