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어느 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

  • 입력 2007년 3월 28일 06시 17분


“웃음 띤 얼굴로 묵묵히 근무하던 창식 씨, 아침마다 손을 꼭 잡고 청사 문을 들어서던 딸은 어찌하라고….”

27일 오전 부산 금정구청 광장. 엊그제까지만 해도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와주던 금정구청 건축과 김창식(37) 씨를 애도하는 조사가 직원 700여 명의 가슴을 적셨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침마다 구청 지하 어린이집으로 가던 딸(3)은 영문도 모른 채 눈물로 범벅이 된 어머니(34)의 얼굴을 고사리 손으로 훔쳤다.

건축 민원 업무를 맡았던 김 씨는 25일 가족과 함께 울산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10km를 완주한 뒤 쓰러지고 말았다.

구 감사실의 직원체크 현황에 23일 오전 1시 반까지 남아 있던 4명 중 한 명이었던 김 씨는 평소에도 건축 민원에 밤 12시를 넘기기 예사였고, 최근에는 26일부터 시작되는 감사 준비로 다음 날 오전 1∼2시까지 근무했다.

그러면서도 가족사랑은 남달랐다. 이날도 같이할 시간이 많지 않은 아들(8)과 딸, 그리고 공무원인 부인과 함께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는 그의 목숨을 앗아가고 말았다.

1998년 경기 남양주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2002년 부산으로 내려온 김 씨는 2004년 자랑스러운 공무원상(구청장상)을 받을 정도로 성실했다.

“남은 사람은 어떻게라도 살아갈 수 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두고 정녕 가십니까.” 조사가 끝나자 한 직원은 “가슴이 미어진다”며 하늘을 원망했다.

공무원노조 금정구지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애도의 글과 함께 “구조조정이다, 퇴출이다 떠들고 있는 세상일을 잊고 편히 잠드소서”, “공무원 철밥통 깨기로 몰아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 공무원들의 현주소를 느끼게 했다.

조용휘 기자 sli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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