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우리가 진심으로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에 전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마나한 설명으로 들린다. 현 정권이 그동안 ‘평화번영정책’이란 이름으로 대북(對北) 포용정책을 펴 왔고, 대통령의 말대로 ‘투자하는 심정에서’였다고 하더라도 북에 이것저것 퍼 줬음은 천하가 아는 일이다. 굳이 대통령이 이를 확인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모종의 신호이거나 암시가 아니었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
본보 자매지 주간동아는 최신호에서 “남북정상회담 비선(秘線)프로젝트가 작년 10월부터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비선의 축인 ‘대통령의 남자들’이 벌인 활동의 내용이 심상찮다. 안희정 씨는 대통령 최측근이고 이호철 씨는 현직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며, 이화영 씨는 친노(親盧)계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이 실장의 권유로 작년 10월 베이징에서 안 씨와 함께 북측 인사를 만났다며, 청와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임을 시인했다. 그런데도 관련자들은 “북측 인사를 접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거짓말까지 해 왔다. 청와대 주도로 북측과 국민이 알지 못하는 ‘뒷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6자회담이 어떤 결론이 나기 전에는 이뤄지기 어렵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비선프로젝트의 일부가 드러났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은 정상회담 ‘바람 잡기’ 발언과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는 연막을 피우면서 북한 대사에게는 정상회담 추진의 확고한 의지를 전한 것이라면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치적 의도를 깔고 꾸미는 남북정상회담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잘못된 합의라도 하게 되면 국민은 영문도 모르고 짐을 떠안아야 한다. 대북 송금사건으로 줄줄이 구속된 김대중 정권 관련자들을 벌써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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