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창업하는 사람들은 첨단 기술을 이용하잖아요. 전 그럴 자신이 없었습니다. 거꾸로 몸을 활용하는 ‘아날로그’ 직종을 택했죠. 은행에서 배운 기획력과 조직 장악력을 청소업에 응용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지요.”
김 사장이 22년간 근무한 은행을 그만둔 것은 2001년. 그는 “은행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오면서 ‘차라리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나가 사업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처음 해 본 사업은 직장 생활과는 달랐다. 한 광고 회사에 5000만 원을 주고 호남 지역 광고 판권을 따냈지만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본사가 문을 닫아 고스란히 돈을 날려야 했다. 농협에 고추장 납품하는 일도 해 보고, 중고 책 판매도 해 봤지만 모두 실패였다. 퇴직금 2억 원이 3년 만에 사라졌다.
사업 실패가 잇따르자 지인이 조심스럽게 청소업을 권유했다. 가족들은 말렸지만 명예나 체면을 따지기에는 상황이 절박했다. 다시는 실패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철저히 준비했다. “한 달 동안 인터넷을 검색하고 창업 설명회에 참석했습니다. 청소업체 5, 6곳을 직접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지요.”
이렇게 해서 거래 업소를 50여 개로 늘렸다. 그와 한 번 거래한 업소는 손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초부터는 꾸준히 월 600만 원의 순수입을 올리고 있다. 월 매출액은 2500만 원 정도다.
김 사장은 “은행 지점장 시절이 그립지 않으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지금 생활에 100%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 기술을 익혔으니 ‘평생직업’이 생겼고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도 되니 잔병도 없어지더라”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안산=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화이트칼라 미련 버린 결단력의 승리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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