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 위원장에게 ‘대선용 정상회담’ 구걸하기?

  • 입력 2007년 3월 29일 22시 53분


안희정 씨 등 비선(秘線)라인의 지난해 10월 대북(對北) 접촉이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임이 이호철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지난해 9월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을 지낸 사람이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를 만나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말로는 ‘투명한 대북 협상’을 강조하면서 몰래 비공식라인을 가동해 북과 접촉하고, 국민을 속이기까지 한 것이다.

어제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현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그제 개성공단을 찾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늦어도 8월 이전까지 개성에서 정상회담을 열자고 시기와 장소를 제시하기까지 했다. 대북 접촉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의 이런 발언은 비선라인이 아직도 가동 중이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

남북정상회담은 무엇보다 명분과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지금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난들 무슨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북핵과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다. 남북관계는 장관급회담 등 공식라인을 통해 개선해 나가면 된다. 북에 구걸하듯 정상회담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 실장과 안 씨를 축으로 한 친노(親盧)그룹과 범여권 인사들이 정상회담에 목을 매는 것은 결국 대선용 흥행거리로 이용하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최근 방북한 것도 마땅한 후보가 없는 친노그룹이 그를 띄우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명색이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보다 더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 들고 있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지만, 여권 사람들은 대선에 도움이 된다면 김 위원장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겠다는 것인가.

대북 뒷거래는 북의 콧대를 높이고 우리의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애걸복걸하는 모양새가 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릴 뿐 아니라,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면 국민은 굿이나 보고 뒷돈이나 대는 처지가 된다. 여권의 ‘대선 도박’을 돕기 위해 세금 낼 준비를 하고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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