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현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그제 개성공단을 찾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늦어도 8월 이전까지 개성에서 정상회담을 열자고 시기와 장소를 제시하기까지 했다. 대북 접촉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의 이런 발언은 비선라인이 아직도 가동 중이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
남북정상회담은 무엇보다 명분과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지금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난들 무슨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북핵과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다. 남북관계는 장관급회담 등 공식라인을 통해 개선해 나가면 된다. 북에 구걸하듯 정상회담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 실장과 안 씨를 축으로 한 친노(親盧)그룹과 범여권 인사들이 정상회담에 목을 매는 것은 결국 대선용 흥행거리로 이용하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최근 방북한 것도 마땅한 후보가 없는 친노그룹이 그를 띄우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명색이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보다 더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 들고 있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지만, 여권 사람들은 대선에 도움이 된다면 김 위원장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겠다는 것인가.
대북 뒷거래는 북의 콧대를 높이고 우리의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애걸복걸하는 모양새가 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릴 뿐 아니라,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면 국민은 굿이나 보고 뒷돈이나 대는 처지가 된다. 여권의 ‘대선 도박’을 돕기 위해 세금 낼 준비를 하고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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