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무딘 날의 명검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백 ○에 젖혔을 때 놀랍게도 흑은 94의 곳을 끊지 않고 93으로 손을 돌렸다. 왜 곧장 끊지 않았을까. 기세는 참고1도 흑 1로 끊는 한 수다. 하지만 흑 3, 5로 웅크려 잡는 모양이 둔해 내키지 않는다. 이에 비해 참고2도는 형편이 다르다. 백 1로 받아준다면 그때 흑 2에 끊고 4로 뻗어 참고1도보다 신수가 훤해진다.

도전자의 의중을 간파한 국수가 백 94로 반발했고 흑도 95에 뛰어들어 백 102까지 변화가 일었다. 여기까지 수지타산은 어떨까. 김승준 9단은 백이 갑자기 두터워졌다고 말한다. 흑이 103, 105로 모양을 잡는 사이 백이 104, 106으로 하변 집을 굳혀 편안한 흐름을 타게 되었다는 것이다. 흑 109, 111로 뭔가 변화를 구하려는 도전자의 태도에서 갑자기 돌변한 형세를 읽을 수 있지 않느냐고 기사들은 입을 모은다. ‘무딘 날의 명검’이라더니 통증도 없이 한칼 베였다.

백 110까지 백이 확보한 집은 45집. 흑집은 48집 정도다. 아직 미지의 곳이 많이 남아 있지만 흑이 덤에 걸리는 형세다. 하지만 상변에 백의 미생마를 공격하는 맛이 있어 아직 알 수 없는 바둑이라고 마샤오춘 9단은 진단한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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