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은 제51회 신문주간이다. 한국신문협회는 ‘좋은 신문 좋은 나라’를 올해 신문의 날 표어로 정했다. 신문의 날은 한국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이 창간된 날이다. 신문은 국운이 기울던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건국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민 의식을 일깨우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민주화 훈장’ 흔들며 언론자유에 빗장
우리는 본보 창간 87돌과 제51회 신문의 날을 맞으며 한국 언론, 특히 신문이 겪고 있는 현실에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본보는 광복 이후 반공(反共) 반독재 민주화의 가치를 옹호하며 나라의 기틀을 수립하는 데 큰 몫을 했다고 자부한다.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정권에 대해서는 백지(白紙)광고로 맞서는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국민의 오랜 염원이던 민주화가 큰 진전을 보았으나, 노무현 정부 들어 언론자유는 오히려 퇴보했다. 행정력을 동원해 비판신문을 옥죄는 공작이 노골화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 문화관광부 국정홍보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의한 공기업 및 정부 광고 안 주기, 자의적 신문고시를 이용한 과징금 부과, 국민 세금을 동원한 신문유통망 손에 넣기 등이 자행되고 있다. 정부는 자체적으로 국정홍보 및 반론(反論) 수단을 갖고 있음에도 언론소송과 기사 중재신청을 남발하면서 끊임없이 보도 위축을 획책해 왔다. 독재정권 치하에서도 유례가 없던 일이다.
노 대통령이 앞장서서 신문을 공격해 국민에게 불신을 심어 주고 신문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 과연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그는 신문 종사자들의 자존심에 수없이 상처를 내면서 대통령비서관과 관료들을 불필요한 대(對)언론 전쟁으로 내몰고 있다. 좌파 단체들과 과거사위원회는 일제강점기에 창간돼 민족과 함께 신산(辛酸)을 겪은 신문의 역사를 일방적으로 폄훼하려는 시도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어떤 정치권력이든 자기들만 정의롭다고 여기고 이를 비판하는 언론을 매도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독선이다. 비판으로부터 닫혀 있는 권력은 이미 독재의 시작이다. 미국 수정헌법 1조가 “의회는 언론 또는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로서 언론자유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소중히 여겼기 때문이다.
언론은 권력을 상시 견제하고 감시함으로써 민주주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한다. 매년 세계의 경제 자유지수를 발표하는 미국 헤리티지 재단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피드백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금을 내는 국민은 선출된 정부가 이를 어떻게 쓰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 정부는 기자실 통제와 인터뷰 기피 등으로 언론의 취재를 봉쇄하고 국민에게 자기들이 제작하는 국정브리핑이나 들여다보라는 식의 언론정책을 편다.
是是非非의 正論이 국민을 위하는 길
현 정권은 발행 부수가 많은 비판신문을 압박하고 친여적인 마이너신문을 육성하기 위해 위헌 신문법을 제정했다.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이 법은 통째로 폐기돼야 마땅하다.
동아일보는 자유언론을 억압하려는 기도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시시비비(是是非非)의 정론을 펼 것을 독자 여러분 앞에 거듭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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