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탄올 전쟁에 먼저 뛰어든 나라는 미국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월 연두교서에서 10년 안에 석유 소비를 20% 줄이고 에탄올 소비를 7배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대의 옥수수 생산국인 미국에서 에탄올 원료인 옥수수 값이 뛰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남미 순방 중에 세계 2위의 에탄올 생산국인 브라질과 에탄올 생산 확대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에탄올 생산량 세계 1위와 2위 국가의 ‘전략적 제휴’다.
▷어제 부시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 메릴랜드 주 캠프데이비드에서 다시 만났다. 에탄올 협력을 확대하고 다자간 자유무역을 강화하는 등 12개항에 합의하면서 친밀감을 과시했다. 남미 국가 정상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초대받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반미(反美) 기류’가 만만찮은 중남미에서 브라질을 동맹으로 삼아 에너지 협력과 함께 반미 도미노까지 차단하는 이중효과를 거두겠다는 계산이다.
▷두 나라의 ‘갑작스러운 밀월’에 와병 중인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당장 반기를 들고 나왔다. 그는 “미국이 에탄올을 자동차 연료로 확보하기 위해 나선다면 개발도상국에선 식량이 없어질 것”이라며 “그 여파로 지구촌에서 30억 명이 식량 부족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3세계의 식량난을 걱정하면서 미국-브라질 동맹에 대한 적의(敵意)를 보인 것이다. 실제 바이오 연료로서 에탄올의 효용가치에 대해선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에너지만 선점할 수 있다면 적과 동지가 따로 없는 게 오늘의 세계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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