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만에 백 122가 두어졌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곳이다. “기록자가 마우스 미스를 한 게 아냐?” 인터넷 중계를 하던 김승준 9단이 놀랄 정도였다. 위 아래에 미생마가 떠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태연하게 백 122로 역끝내기를 하고 있는 국수의 배짱에 모두 혀를 내둘렀다. “이창호의 승부호흡이라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중앙은 둬봤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손을 빼버린 겁니다. 흑한테 공을 넘긴 거죠.” 김승준 9단이 백 122의 의미를 설명한다.
흑 123에 참고도 백 1, 3으로 넘어갈 수 있으나 이하 흑 8로 눌러 막히면 희망이 없다고 봤다. 백 ○가 더욱 고립된 모습이다. 백 124로 머리를 내밀었다. 어차피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작정했으니 칼자루는 흑이 쥔 셈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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