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배짱이 통했다

  • 입력 2007년 4월 4일 03시 00분


승부란 게 희한하다. 눈을 부릅뜨고 빈틈을 노리다가도 “벨 테면 베어 봐!”라고 상대가 가드를 내린 채 배짱을 부리면 막상 머뭇거리게 된다. 허허실실(虛虛實實)의 계책이 두려워서일까. 지금 백은 위아래의 대마가 허약한 데도 백 ○로 태연히 손을 뺐다. 죽은 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는 격이랄까. 이창호의 이름이 허명이 아니기에 도전자가 백 ○에 움츠렸고 순간 흑 125의 실착을 저질렀다.

흑 125는 백 A로 넘는 수를 방지하며 129는 하변 백집을 깼지만 작았다. 하변은 B의 뒷문이 열려 있는 곳이다. 참고도 흑 1을 단수한 뒤 3의 선수에 이어 5로 뛰어두었으면 흑이 3-0으로 끝낼 수 있었다. 다음 흑 A로 한 점을 살리면 대마가 위험하므로 백은 두 집을 내고 살아야 하는데 그때 실전처럼 흑 B로 둬 좋았다. 흑 3, 5로 중앙이 두터워진 참고도와 백 126, 132, 140으로 산뜻하게 위아래 백대마가 손을 잡은 실전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백 140까지 고생할 줄 알았던 아래위 백대마가 깨끗하게 손을 잡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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