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헌 신문법’ 治下에서 맞는 신문의 날

  • 입력 2007년 4월 6일 2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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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정부가 ‘위헌 신문법’을 방치한 가운데 오늘 신문의 날을 맞는다. 헌법재판소가 신문법의 핵심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지 10개월이 지났는데도 신문악법은 여전히 살아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제 한국신문협회 주최로 미리 열린 기념식에서도 위헌 신문법과 신문을 옥죄는 정권의 전방위 압력에 대해 비판과 성토가 쏟아졌다. 위헌 신문법 치하(治下)에서 신문의 날을 맞는 심정은 착잡하다.

정권이 앞장서고 친여 단체들이 가세해 한바탕 ‘바람몰이’를 통해 탄생시킨 신문법은 발행 부수가 많고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을 공격하기 위한 ‘표적 입법’이었다. 언론 자유를 유린한 법 조항이 위헌으로 판정된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이 법을 주도한 열린우리당은 마지못해 대체 법안을 내놓았으나 위헌적 요소를 그대로 유지하는 눈속임에 불과했다. 그러고는 아직까지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없다. 악법 제정에 협력한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이 정권의 신문 탄압은 권력을 총동원한 융단폭격을 방불케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내세워 밤낮 없이 통제에 나서고 신문을 ‘공공의 적’으로 묘사하는 수기를 모집하고 후한 상금을 주었다. 국정홍보처는 정부 부처와 공기업이 비판 신문에 광고를 내지 못하게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신문협회가 최근 1200명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 26.7%가 ‘대통령과 정치권의 신문 비판 때문에 신문을 끊었다’라고 응답했다. 정권의 신문 공격이 국민과 신문 사이를 갈라놓았음을 보여 주는 생생한 증거다.

정부와 국회가 조속한 시일 내에 위헌 신문법 전체를 폐기하고 새로 입법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현 정권은 위헌 신문법을 바로잡을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놔둘 것인지 명확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

언론을 권력의 도구로 이용하려고만 드는 그릇된 언론인식은 정치권 전체에 만연되어 있다. 이래서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언론정책이 바로 설지 의문이다. 언론의 비판 감시기능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조종(弔鐘)을 울린다. 올해 말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소신을 국민 앞에 소상히 공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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