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경제읽기]美 사모펀드 “나, 떨고 있니”

  • 입력 2007년 4월 10일 02시 55분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 전성시대다.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2월 초 미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EOP를 390억 달러(약 36조 원)에 인수하며 이 분야의 종전 기록을 갈아 치운 뒤 20여 일 만에 이 기록도 깨졌다. 미국 굴지의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미국 최대 전력회사 TXU를 무려 450억 달러(약 42조 원)에 사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경과 산업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기업들을 먹어치우는 사모펀드는 이제 글로벌 기업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공룡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안티 사모펀드’ 바람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올해 초 세계 노동운동 지도자들은 사모펀드 규제에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들이 나서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들은 “사모펀드가 세제(稅制) 혜택을 이용해 거액의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한 뒤 단기수익을 높이기 위해 무자비하게 감원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모펀드가 가장 활발한 미국에서도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사모펀드 규제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이처럼 역풍이 불면서 사모펀드 업계가 반격에 나서고 있다. 미국 내 10대 사모펀드들은 미국 사모펀드협회를 구성해 일반인과 정치권을 상대로 사모펀드 알리기에 나섰다. 이들은 안티 사모펀드 정서에 대해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합병으로 장기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기업 인수합병 후 비용 감축은 사모펀드가 아닌 어떤 회사도 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힌 것도 주목된다. IPO를 통해 상장기업이 되면 그동안 ‘규제 무풍지대’였던 사모펀드도 일정 부분 규제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 대신 안정적인 장기 자금을 확보한다는 것은 장점이다. 상장 이후 사모펀드는 또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사모펀드의 변신이 주목된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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