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장공모제로 학교에 새 바람 일으켜야

  • 입력 2007년 4월 11일 23시 09분


교감이 아닌 평교사, 교사자격증이 없는 전문직 종사자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교장공모제가 9월 도입될 예정이다. 늦었지만 교육 현장에 새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교장공모제는 현 정부가 내건 교육 분야의 핵심 과제였지만 중진 교사들의 반발 때문에 도입이 미뤄져 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금도 교장공모제가 교육의 전문성을 해치고 학교를 정치의 장(場)으로 변질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초중고교를 통틀어 공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학교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자격증 유무가 아니다. 학교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답하는 비전을 제시하며, 학교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해 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리더십과 책임감이다. 별다른 아이디어도 없이 학교의 현상 유지나 꾀하는 무능, 무기력, 무책임한 사람은 아무리 교사 교감으로 오래 근무했어도 교장 적격자가 아니다.

교장공모제의 취지는 연공서열을 타파해 교직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교장을 공모하면 선발단계에서부터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 및 교사의 의견이 반영돼 자질 미달자가 교장이 될 우려가 줄어들 것이다. 교장공모제의 더 큰 기대효과는 순환보직제보다 훨씬 철저해질 책임경영 풍토의 확산이다.

학교 운영에서 교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공교육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찾아보자는 본보 시리즈 ‘희망이 싹트는 교실’에 최근 소개된 서울 마포고, 포항 영일고 등의 성공 사례도 교장의 리더십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잘 보여 준다. 교장공모제를 이미 시행 중인 개방형 자율학교를 보더라도 이 제도는 성공적이다.

교장공모제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일본은 2000년 일반인도 교장이 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92명의 일반인 출신 교장이 공립학교를 맡아 잘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교장은 교사, 비교사를 가리지 않고 공모를 통해 선임한다.

학교개혁에 대한 비전과 출중한 능력이 있는데도 교직 경력이 짧다거나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교장이 될 수 없는 폐쇄적 임용제도로는 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 학교는 지금 헌신적이고 창의적인 리더십에 목말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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