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 살려 놨더니 틈만 나면 수수료를 올리고, 인위적인 합병으로 몸집은 커졌지만 국제경쟁력은 형편없는 존재. 대출 이자는 덥석덥석 받아가면서 예금 이자는 쥐꼬리만큼만 주는 곳이 다수 일본인의 눈에 비치는 은행의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창구의 짧은 영업시간도 일본인이 은행에 대해 느끼는 최대 불만 사항 중 하나다.
일본 전국은행협회가 지난해 7, 8월 3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서비스 개선 희망 사항으로 응답자의 62%가 ‘영업시간 연장’을 꼽았을 정도다.
고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외면할 수 없었던지 둔감한 일본 은행들도 3, 4년 전부터는 영업시간 연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례로 일본 전국에 330여 개 지점을 거느린 리소나 은행은 2004년 1월 상당수 지점의 창구 영업 마감시간을 오후 3시에서 5시로 2시간 연장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지점이 연장된 영업시간을 적용하고 있다. 심지어 금요일 오후 7시까지 영업을 하거나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여는 지점도 적지 않다.
물론 다른 대부분의 은행 점포가 오후 3시에 문을 닫는 현실에서 예금 입출금, 계좌 개설 및 해약, 공과금 납부 등의 업무를 하는 데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리소나 은행 홍보담당자는 “계좌상의 처리는 다음 영업일에 하는 것을 조건으로 오후 3시 이후에도 예금 입출금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쓰비시도쿄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초대형 은행들도 지난해 4월 이후 자산 운용과 대출 등 상담 업무를 중심으로 평일 오후 5시까지 또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영업을 하는 점포를 빠른 속도로 늘려 나가고 있다.
몸집이 작은 지방은행들은 훨씬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모 신문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노조는 창구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는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은 최근 오후 3시로 마감시간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신문이 오보(誤報)를 한 것인지 금융노조가 진실을 호도한 것인지 궁금하다.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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