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재취업 사회기반 조성해야
이 점에서 한국은 어떤가? 은퇴 후 생활비를 연금과 저축재산 소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비율은 20%에 이르지 못한다. 나머지는 자녀와 친척의 도움을 받거나 재취업 소득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자녀와 친척의 도움은 갈수록 기대하기 어렵고 청년실업이 넘쳐 나는 상황에서 은퇴자의 재취업 또한 불가능에 가깝다. 그야말로 막막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국가 재정으로 연금을 대폭 늘리거나 갑자기 없는 일자리를 만들어 낼 형편도 못된다. 선진국 사례를 참고로 하여 정부 기업 가계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시급한 점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는 일이다. 국민연금의 유리함이나 전업주부도 임의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는 국민이 많지 않다. 연금법 개정을 서둘러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감을 불식하는 일도 시급하다.
국민연금이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연금자산의 90% 가까이를 고정금리 상품에 투자해서는 필요한 수익률을 내기가 어렵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 절반 이상은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운용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
2005년 말 도입된 퇴직연금제도가 하루빨리 정착되도록 세제 지원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도 최소한의 노후생활 자금을 확보하는 기반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연금 문제와 더불어 시급히 추진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일자리 창출 지원과 관련된 제도의 정비다. 예를 들어 선진국에서 고령세대의 재취업처로 큰 역할을 하는 민간 비영리기구(NPO)의 활성화도 검토해 볼 만하다. 미국의 경우 200만 개 정도의 NPO 법인에서 일하는 인원이 전체 취업인구의 10% 정도에 이른다. 일본은 1998년 NPO법을 도입했는데 2006년 말 현재 3만 개 정도의 법인이 고령세대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기업에서는 고령세대를 활용할 수 있는 인사제도의 도입과 퇴직연금제도의 정착을 서둘러야 한다. 물론 단순한 제도 도입뿐 아니라 보람 있는 후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 은퇴 후의 자산관리 등에 대한 종업원 교육이 더욱더 중요하다. 종업원이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보다 더 중요한 일은 개인의 자각과 준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생명표에 따르면 현재 60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의학기술 발전까지 고려할 경우 30.75년이나 된다. 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금마련은 어떻게 하고, 또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자각과 준비가 필요하다.
자녀교육비 줄여 은퇴자금 마련을
은퇴 후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지출 관리, 그중에서도 자녀교육비를 과감하게 줄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은퇴 후에 자녀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는 대신 자녀 교육비를 대폭 줄이는 결단을 해야 한다. 다음은 효율적인 자산 관리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금융자산은 저축상품과 투자상품에 적정 배분해 장기로 운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평생 현역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은퇴 후의 모자라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뿐 아니라 보람 있는 인생을 위해서라도 현역 시절보다 더 긴 후반 인생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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