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특별자치도로 격상된 제주는 하와이, 중국 하이난(海南) 섬을 능가하는 우리 국토의 보배요, 세계화 시대의 자산이다. 장기적으로 외교 국방 사법 말고는 모든 행정권한을 부여해 홍콩, 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를 만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고, 국민의 희망이다. 도민의 수준 높은 자치 역량과 리더인 도지사의 비전이 결합돼야 가능한 꿈이다.
반복되는 ‘선거 뒤탈’을 지켜보자니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로 도약할 준비가 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제주가 유난히 심한 선거 후유증을 앓는 것은 ‘괸당(친인척의 제주 사투리·혈연)’에 지연 학연까지를 지나치게 따지는 폐쇄적 문화풍토 때문이라고 제주도민들부터 말한다. 폐쇄성과 배타성이 선거 후유증을 낳을 뿐 아니라,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담장도 쓸데없이 높여 스스로 발전을 해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홍콩, 싱가포르까지 갈 것도 없이 제주와 비슷한 인구(50만 명)의 마카오는 지금 넘쳐 나는 외국자본과 관광객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린다. 객실 3000개 규모의 베네시안 호텔이 보여 주듯 마카오는 카지노를 넘어 복합 휴양 및 컨벤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에드먼드 호 행정장관의 일관된 개방정책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2001년 개방 이후 2005년까지 외국인 직접투자액만 51억 달러를 넘는다.
그런데 ‘비싼 제주’는 내국인들까지 중국 일본 동남아로 발걸음을 돌리게 하고 있다. ‘4·3사건’으로 상징되는 제주도민의 역사적 피해의식을 헤아려야 한다는 지적도 맞다. 하지만 내년이면 벌써 사건 60주년이다. 역사를 뒤로하고 미래를 준비할 때다. 좀 있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거센 파고(波高)까지 몰려온다. ‘괸당’에서 자유로워진 제주의 도약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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