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느 금배지의 新黨 만들기와 정부 쌀 빼돌리기

  • 입력 2007년 4월 16일 23시 09분


범(汎)여권의 한 국회의원이 정부 쌀 도정공장을 운영하면서 대북 지원 및 학교급식용 쌀을 빼돌려 5억여 원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2003년부터 1만2200t의 정부 쌀을 도정하면서 정부와 50 대 50으로 나누게 돼 있는 책임생산량 초과분을 신고도 않은 채 시중에 내다 팔았다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가 한 짓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국회의원의 청렴 의무’를 헌법(46조)에 규정한 것은 일반인보다 몇 배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인데 그는 이를 저버림으로써 국민의 대표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

문제의 대북 지원용 쌀은 수확한 지 1, 2년 지난 정부 수매 쌀이다. 정부미를 2배 가까이 비싼 일반미로 속여 판 셈이니 죄질이 더 나쁘다. 상세한 증빙자료를 갖춰 그를 고발한 전직 공장 책임자가 갑자기 고발 취하 각서를 써 준 것도 냄새가 난다. 범죄의 고발은 법적으로 취하가 불가능해 수사는 계속되겠지만 회유나 압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그가 요즘 통합신당 결성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신당의 명분으로 개혁이니 중도니, 온갖 듣기 좋은 말이 오가고 있지만 이런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당이 도덕적으로 온전한 당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정치 입문 후 당적만 네 차례나 바꾸고 경선 불복과 탈당을 밥 먹듯 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쳐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역풍에 힘입어 당선됐지만 이런 사람이 어떻게 당내 공천과 선거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소속 정당은 물론 정치권도 이번만큼은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같은 의원의 비리 의혹에 대해선 유독 관대한 정치권의 빗나간 동료의식이 또 발동돼선 안 된다. 국회 윤리위원회부터 정식으로 문제를 삼아 진상 조사와 함께 응분의 징벌을 가해야 한다.

전국 140개 정부 양곡 가공공장들이 책임생산량 초과분을 신고도 않고 빼돌리는 관행을 두고 볼 수는 없다. 국민 세금을 횡령하도록 방치한 감독기관의 관리 소홀도 마땅히 문책해야 한다. 문제의 쌀이 자기 집 쌀이라고 해도 그렇게 놔두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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