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을 더욱 확산시킬 요인이 또 생겼다. 검찰이 고소사건을 기소하지 않을 경우 고소인이 법원에 직접 호소할 수 있는 재정(裁定)신청 대상을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진 때문이다. 현재는 공무원의 직권남용, 불법체포 감금, 독직폭행 등 3개 범죄만 대상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그제 국회 법사위원회 심사소위를 통과한 데 이어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관문만 남겨 놓았다. 확정되면 1980년대부터 있어 온 재정신청 대상에 대한 논의가 20여년 만에 일단락되는 것이다.
▷개정안의 취지는 고소인의 권익보호와 검찰권(기소독점권) 견제에 있다. 사법(司法)의 두 수레바퀴인 법-검이 한쪽은 격상, 한쪽은 격하되는 셈이니 검찰은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그렇다고 법원도 반기는 분위기만은 아닌 듯하다. 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연간 1만여 건의 재정신청사건이 쇄도할 것으로 대법원은 예상한다. 공판중심주의를 실험하느라 바쁜 마당에 검찰의 수사 결과에까지 폭넓게 관여해야 하니 과중한 업무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피고소인의 생활안정을 오랜 시간 깨뜨릴 것이라는 점이 문제다. 현재 항고 재항고 절차를 거치는 데만 최소한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린다. 재정신청이 추가되면 마무리될 때까지 일러야 1년 반 내지 2년이 소요된다. 지금은 거짓 고소도 많은 세상이다. 만약 무고(誣告)로 끝날 경우 피고소인의 정신적 재산적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심의과정에서 각종 부작용 방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