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이런 고민에 빠진 펀드 투자자가 많다. ‘이제 오를 만큼 올랐으니 돈 찾을 때가 된 것 아닌가’, ‘환매하면 또 어디다 투자하지?’ ‘갈아타는 것도 재테크 요령이라고 하던데…’.
수익이 좀 났거나, 3년 정도 꾸준히 펀드 투자를 한 투자자라면 하루에도 수차례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펀드 전문가들은 △단기 투자자냐, 장기 투자자냐 △투자금이 당장 써야 할 돈이냐, 여유자금이냐에 따라 환매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특히 증시가 조정을 받을지, 탄력을 받아 더 오를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환매하고 다른 펀드로 갈아탈 계획을 세웠다면 몇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은 있다.
○‘환매 결정은 자신의 판단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은 이달 들어 13일까지 7490억 원 감소했다.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펀드투자자가 차익 실현을 위해 펀드를 환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투신상품부 이인영 과장은 “적립식 펀드 붐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2004년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3년 만기를 맞아 환매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리츠, 부동산 등 해외 투자형 펀드로 갈아타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서 무조건 환매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이 상승 추세의 끝자락인지 시작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성급히 환매에 나섰다가 계속 주가가 오르자 후회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환매를 적극 권유하는 판매 직원들도 있는데, 너무 솔깃할 필요는 없다. 환매가 증가하는 것은 새로운 펀드에 가입시켜 수수료 수입을 늘리려는 금융회사의 판매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요즘 펀드들 대부분은 수수료를 미리 떼는 선취형인데 판매직원들이 ‘주가가 최고 수준이니 차익 실현하고 새로운 펀드에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환매 결정은 투자자 본인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 성향에 따라 환매 전략 다르게 가져가야’
만약 환매하기로 결정했다면 ‘갈아타기 전략’을 어떻게 구사하면 좋을까.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투자자 성향과 자금 성격에 따라 갈아타기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펀드자금이 3년 내에 꼭 써야 할 돈(학자금 결혼자금 주택자금 등)이고 “지금 장이 너무 올랐다”고 생각하는 보수적 투자자가 있다고 치자. 이런 사람은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빼 한 단계 위험수준(리스크)이 낮은 곳으로 옮기는 게 낫다. 가령 주식과 채권을 적당히 섞은 혼합형 펀드나 운용 대상에 주식이 포함되지 않은 채권형 펀드, 또는 주식보다는 위험 부담이 적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가 적당하다.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정보기술(IT) 업종 같은 성장주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치·배당주 위주로 투자 전략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
다음으로 펀드 자금이 여윳돈이고 앞으로 계속해서 주식형 펀드 투자를 할 의사가 있는데 “조만간 조정이 예상된다”고 판단하는 투자자의 경우다. 이런 유형은 완전 환매보다 부분 환매를 권한다. 펀드자금 가운데 30∼40%의 돈을 빼서 해외 펀드 쪽으로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유의할 점은 한 국가에 ‘몰빵(집중 투자)’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인도 중국 일본 등 한 곳에 자금을 모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 특정 국가보다 동남아 펀드, 유럽 펀드, 신흥시장(이머징마켓) 펀드 등 지역투자 펀드가 위험 분산에 유리하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환매 시 유의할 점
#‘새 펀드로 바꿔 타라’는 판매직원의 말을 무조건 믿지 말라. #현재의 추세가 상승의 ‘시작’인지, ‘끝’인지 아무도 모른다. #중소형 주에서 대형주로,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투자 전략을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다. #완전 환매보다는 부분 환매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것도 좋다. #해외 펀드는 특정 국가보다 지역 투자펀드가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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