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임지순 모델

  • 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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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임지순(56) 서울대 교수에게 경사가 겹쳤다.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지난해 말 ‘국가 석학’에 선정됐고 지난달엔 제1회 포스코 청암상을 수상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인터뷰 요청이 적지 않다. 공부하는 학자로서 꽤 부담스러울 터이지만 그는 의외로 스스럼이 없다. “내가 잘나가는 것처럼 보여야 후배 과학도들이 ‘나도 열심히 하면 나중에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비전을 가질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얼마 전 승용차를 오피러스로 바꿨다.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비행기를 탈 때도 일부러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한다. 이공계 위기 속에서 과학자들이 남에게 ‘못사는 모습’을 보이는 건 더 좋지 않다고 판단한다.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진 것이 위기의 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삶이 대중에게 윤택하게 비쳐야 과학을 지망하는 청소년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계에 소문난 천재이지만 연구실을 비우지 않는 열정으로도 유명하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저녁 늦게까지 그의 연구실은 불이 켜져 있다. 공휴일에도 쉬는 법이 없다. 다른 과학자들이 그의 논문을 인용한 횟수는 4300건이 넘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논문이 인용된 평균 횟수 5000건에 육박해 한국 과학자 가운데 노벨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학은 예술이다.’ 그가 강조하는 말이다. 과학은 지능과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으며 자유로운 사고에서 나온 예술처럼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기존의 것을 따라하는 건 의미가 없으며 자기만의 새로운 것을 내놓아야 한다.’ 그 자신을 포함해 국내 과학계가 독창성 면에서 외국보다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그는 순수이론 연구에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연구로 눈을 돌렸다. 과학과 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미래의 대체에너지인 수소연료의 저장기술을 연구 중이다. 그의 행보는 하나하나가 주목 대상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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